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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울려 했는데 자꾸 눈물이..." 수험생 가족들은 지금...


입력 2015.11.12 11:39 수정 2015.11.12 17:17        박진여 기자

수능D-DAY, 아들 딸 손자 손녀 위해 고사장 안밖서 마른 손 비비며 기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덕성여고 앞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앞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각 학교는 물론 도심 곳곳에서 우렁찬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히 수험생활을 함께 한 것이나 다름없는 학부모들은 굳게 닫힌 교문 밖에서, 또 근처 교회나 절에 들려 마른손을 연신 비비며 기도를 올렸다.

12일 오전 8시 10분. 수험생 자녀를 고사장에 입실시킨 학부모들은 수심이 가득한 낯빛으로 교문 밖에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고 기도를 올렸다.

미림여고 재학생 어머니 김진희 씨는 “종교가 불교라, 애가 고등학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내 (수능대박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며 “어제 오늘 너무 불안해서 더 (기도에) 매달리고 했는데 이제 그냥 몸 편안히 시험 잘 치르기만 바란다”고 초조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김진희 씨는 자녀의 수험생활을 돌아보며 “애가 공부하다 새벽 3시에 잠이 와서 그런지 피곤해서 그런지 고개를 뚝 떨어뜨려 깜짝 놀랐다”며 “너무 안쓰러워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곁에 있던 서울미술고 재학생 어머니 정은하 씨는 “애가 하필 월경 전 증후군으로 배가 아프고 설사하고 그래서...꼭 중요한 날 이래서 너무 걱정이다”며 “약을 먹이긴 했는데 수능대박보다 그저 무탈하게 시험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은하 씨는 “따로 종교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기도를 많이 했다”며 “그저 건강하게 무사히 시험 잘 치를 수 있고, 자기 실력 이상으로 결과 나오면 더없이 좋겠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그저 편하게 평소처럼만 (잘 치렀으면 좋겠다)”이라고 바랐다.

이어 교문이 닫히고 한참동안 고사장 앞을 지키던 학부모들은 각각 “안 울려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평소대로만 편안히 시험 잘 치렀으면 좋겠다”, “그저 기도드리겠다”며 심경을 전했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앞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앞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같은 날 오후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에서는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기도가 메아리가 돼 울려퍼졌다.

장순덕 할머니는 배재고에 재학중인 수험생 손자를 위해 ‘합격기원’이라 적힌 초를 사들고 100m 앞의 기도장으로 향하기까지 몇 번이나 자리에 멈춰 서서 절을 했다.

장순덕 할머니는 “우리 손자 그저 편안하게 지금까지 갈고 닦은 실력 잘 발휘하라고 내가 매일같이 기도했다”며 손에 든 ‘합격기원’ 초를 꼭 쥐었다.

곁에서 함께 절을 올리던 한 학부모는 “계속 절에 다니다가 어제 오늘 애 챙겨주느라고 집에만 있었다”며 “애 수험장 보내고 혼자 집에 가서 기도하려니 너무 불안해서 절에서 기도드리려고 나왔다”고 전했다.

곁에 있던 다른 학부모 역시 “우리 애들 수고했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며 “대학을 가고 안 가고를 떠나서 여기까지 노력해봤으니 하는 데까지 하고 못하면 마는 거고, 심신이 많이 다쳤을테니 병원도 데려가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부가 함께 절을 찾아 수험생 자녀의 ‘수능대박’을 기원하기도 했다.

자신을 불교이름으로 ‘법우’라고 밝힌 한 수험생 아버지는 “아들 한 놈은 이번에 재수, 한 놈은 고3으로 둘 다 수능을 치르는데, 이놈들이 내가 절에 와 기도하는 것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평소에 많이 북돋아줘서 우리가 기도하는 거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갖고 있을 것”이라고 담담히 심경을 전했다.

이어 곁에 있던 두 수험생들의 어머니 역시 “평소에 절에서도 집에서도 마음으로 늘 기도 했다”며 “고등학생 내내, 또 그 이상으로 고생한 거 오늘 하루에 다 하고 나오려니 얼마나 떨릴지 알아서...그저 고생했다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다”고 전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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