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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굴 거주 40대 남성, 경찰 도움으로 구조


입력 2016.03.08 17:26 수정 2016.03.08 17:28        스팟뉴스팀

긴급생계지원으로 1년간 거주할 곳과 생활비 지원

40대 남성이 15년간 동굴에서 지내다가 경찰과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생계지원을 받게됐다. ⓒ데일리안
15년간 동굴에서 먹고 자며 생활한 40대 남성이 발견됐다.

8일 제주 동부경찰서와 제주시청 등에 따르면 남문지구대 현봉일 대장은 지난 2일 제주시 월평동 모 학교 주변을 순찰하다가 정모 씨(47)를 발견했다고 알렸다.

하천에서 타는 냄새를 맡고 접근한 현 대장은 남루한 행색을 한 정 씨가 10제곱미터 정도 되는 동굴에서 요리하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굴은 비닐로 둘러싼 간이침대와 돌을 쌓아 만든 아궁이가 있었으며, 새까맣게 그을린 동굴 벽과 천장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동굴에 거주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땔감으로 추정되는 나뭇가지와 신문, 칫솔, 비누도 있었다.

부산 출신인 정 씨는 18살에 집을 나와 제주에 와서 10여 년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떠돌다가 15년 전인 2001년경부터 동굴에서 지냈다고 전했다. 막노동해 돈이 생기면 여관 등에서 쉴 때도 있었지만, 동굴을 집으로 삼고 지냈다고 한다.

봄이면 고사리 등 산채 나물을 캐서 판매한 돈으로 생활했고, 그렇지 않으면 제주시 중앙로 등지에서 노숙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살아왔다. 옷은 주변에 버려진 것을 입었으며,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홀로 지냈다.

동굴 주변에 무당들이 자주 찾는 굿의 명소인 ‘동새미’가 있어 굿을 한 뒤 남은 제물들을 정 씨가 식량으로 활용하며 하루를 연명했다.

정 씨를 처음 발견한 현 대장은 제주시 아라동주민센터 복지 부서에 연락해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왔으며, 아라동주민센터는 면담을 통해 제주시 내 모처에 집을 마련해 주는 한편 생활비 등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완료해 줬다.

아라동주민센터의 임기숙 주무관은 정 씨가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몸이 상당히 쇠약해진 상태며, 쌀밥을 먹기 거북해 할 만큼 끼니를 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 씨는 처음에는 살 곳을 잃는다는 생각에 다른 거주지로 옮기기를 거부했으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은 것에 감사를 표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네티즌들은 “매일 어떻게 지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혼자 외롭게 지낸 시간이 15년이라니 너무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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