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으로부터의 배급망 완전 붕괴? "뻥"
"북 주요식량공급원, 식량배급소·협동농장 지원이 전체의 23%"
"북한 아래로부터 변화 이루려면 시장화·정보화 함께 이뤄져야"
북한의 대기근을 상징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이른바 ‘장마당 세대’ 가운데 일부 탈북자들이 현재 북한의 배급망이 완전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배급망이 점차 붕괴되며 ‘장마당’이 형성된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도 주요식량공급원이 식량배급소나 협동농장인 북한 주민들도 상당수 존재해 북한의 배급망이 완전 붕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공동체자유주의에 기반한 국가재창조’라는 제하의 정책세미나를 통해 '북한 시장화 현황·문제점·과제'를 소개하며 이 같이 지적했다.
조 교수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주요식량공급원은 △식량배급소·협동농장 배급 △자가생산 △시장 △국영상점 △사냥 또는 낚시 △증여 △외부 식량지원 등이다. 이중 현재까지도 북한 노동당 차원의 식량배급소나 협동농장 식량지원이 전체의 23%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북한의 배급망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탈북자들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연간 농업생산량이 450~500만 톤인데 이중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당시 식량을 전혀 배급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거듭 지적했다.
실제 일부 탈북자들은 완전히 붕괴된 북한 배급망 속에서 자급자족의 대안으로 장마당을 형성, 이조차 불가능한 사람들은 꽃제비로 전락해 생계를 연명한다고 증언해왔다.
이에 조 교수는 “1인당 식량 할당량이 600g이라고 가정했을 때 300g만 배급했다면 모자라는 부분을 장마당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충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장마당은 이런 측면에서 계획경제의 보완요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장마당은 배급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민생문제를 해결해주는 보완루트로, 큰 틀에서 보면 북한 당국에 의해 합법·불법화를 반복하며 통제되고 있는 계획경제의 산물이라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전력 부족 등의 문제로 북한의 공장가동률이 3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점차 활성화되는 장마당을 국가의 재정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애초에 북한 당국이 종합시장 형태로 시장들을 한데 모으고 용인·통제한 모든 과정이 당 차원의 통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시장들을 한 곳에 모아 자릿세 등의 명목으로 세금이나 잉여를 거둬가는 등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큰 틀에서는 중앙 계획적인 경제통제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북한의 장마당을 자본주의 시장경제 형태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물론 장마당 내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시장메커니즘이 형성돼 시장경제의 움직임이 일 수 있지만, 현재 장마당 구조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태동한다는 것은 과대평가”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기존 정치질서에 위협요인이 되는 것은 맞지만, 현재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여력들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생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장마당이 북한 체제 변화의 주요 창구인 것은 확실하다”며 “현재 계획경제의 보완요소라고 볼 수 있는 장마당을 시장경제 구축의 가교역할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시장은 상품이 유통되는 과정으로 이 과정 속에서 외부 정보도 같이 묻어 퍼지게 된다”며 “상품을 거래하며 유입되는 정보 등으로 전방위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서 체제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북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외부 물건, 특히 한국 상품을 넣어 외부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북한의 아래로부터 변화는 시장화·정보화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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