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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특별채용으로 남한사회 연착륙 돕는 기업


입력 2016.11.19 01:28 수정 2016.11.19 01:45        하윤아 기자

LED 도광판 생산업체 바오스, 탈북민 채용 프로세스 도입해 정착 지원

탈북민 "정규직으로 일하며 적응…목표에 한발 더 다가가고 있어요"

경기 평택시 소재 LED 도광판 생산업체 '바오스' 가공 공정에서 탈북민 김수혁 씨(남, 가명)이 일하고 있는 모습. 김 씨는 지난해 9월 탈북민 2기 연수생으로 입사해 1년간 정규직으로 재직 중이다. ⓒ데일리안

LED 도광판 생산업체 바오스, 탈북민 채용프로세스 도입해 정착 지원
탈북민 "정규직으로 일하며 적응…목표에 한발 더 다가가고 있어요"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기계소음이 뿜어져 나오던 경기 평택시 소재 '바오스' 공장 내부. 절단기가 내뱉은 아크릴판을 차곡차곡 쌓으며 일에 몰두하고 있는 김수혁 씨(남·가명)를 10일 만났다. 지난 2013년 입국한 탈북민인 그는 지난해 9월 이곳 바오스에서 탈북민 2기 연수생으로 입사한 뒤 현재까지 1년여간 근무해오고 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2주간의 연수 프로그램과 한 달 보름가량의 실습을 거쳐 이곳 바오스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수혁 씨. 입국 뒤 한 대형 조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던 그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과 지역 하나센터를 통해 처음 이곳을 참관하고, 근무조건과 환경에 만족해 과감하게 입사를 결정했다.

수혁 씨는 "처음에는 남북 언어차이가 있어서 외래어가 들어간 기술용어들을 잘 못 알아들어 한참 고민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이제는 다 적응했다"며 "탈북민에 대한 편견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내가 목표를 정한대로 열심히만 하면 인정받을 수 있고, 잘못된 인식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혁 씨는 그동안 꾸준히 돈을 모아 얼마 전 차를 구입했다며 현 직장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 청북면에 위치한 LED 도광판·확산판 생산업체 바오스는 지난 해부터 수혁 씨와 같은 탈북민을 대상으로 취업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실습 기간을 거쳐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오고 있다. 지난해 6월 탈북민 1기 연수생 모집을 시작으로 9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32명의 탈북민 연수생이 이곳 바오스에서 교육을 받았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2주간의 연수 프로그램은 △조직이해 △직무 △제도 △소통 등 4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탈북민 연수생들은 회사의 경영이념부터 주요 공정별 설비와 처리과정, 취업규칙과 인사 및 지원제도까지 바오스의 일원으로서 직무수행과 회사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이론 교육을 받는다.

이후 간단한 테스트를 거친 뒤, 이들은 한 달 보름간 실제 공정에서 작업보조 신분으로 실습을 시작한다. 이른바 '수습' 기간 동안 주로 남성들은 원판을 절단·절삭하는 가공공정에, 여성들은 패턴 인쇄나 외관 검사 단계인 인쇄공정에 배치돼 실제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며 실무 감각과 경험을 익힌다.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에 위치한 LED 도광판 생산업체 바오스. 남북하나재단 제공.

현재 바오스에 재직 중인 탈북민은 총 8명으로, 전체 근로자(232명)의 3.4%에 해당한다. 두 달의 연수 및 실습(수습) 과정에서는 물론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과정에서도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바오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탈북민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이동왕 바오스 대표는 "작년 3월 한 일간신문에서 탈북민 3만명 시대와 관련한 연재를 보고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평소 통일이나 탈북민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탈북민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바오스는 근로 의지가 있는 탈북민을 모집하기 위해 남북하나재단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탈북민 채용시스템을 도입하고 꾸준히 지원자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인사 담당자가 직접 하나재단과 하나원을 찾아 관계자들에게 탈북민 채용 계획과 취지, 프로세스를 설명했고, 이들 기관의 도움으로 지원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학력이나 기술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다만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탈북민들이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색하고 적응을 잘 못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넘어올 정도로 삶의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1기 연수생으로 들어와 재직 중인 서은아 씨(여·가명)는 "북한에서는 내가 일한 만큼 얻지 못하고 주는 만큼만 받아야 하는데, 여기(남한)서는 내가 일을 한 만큼 받을 수 있지 않나"라며 "처음에는 말도 생소하고 북한사람이라는 선입견도 있어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일하고자 마음먹고 부딪쳐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바오스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탈북민을 채용할 계획이다. 비록 올해는 모집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아 소규모 채용에 그쳤지만, 매년 두 차례 정례적인 채용 절차를 통해 취업이나 기술 교육 등 탈북민들의 사회 정착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대한민국은 통일이 될 텐데, 통일 이후를 대비하려면 북한에서의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인식도 바꾸고, 사회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주변에서는 아직도 탈북민 고용을 특이하게 보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이 일반화되면 통일 이후에 혼란도 줄어들고 큰 도움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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