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권법 100일 됐어도 '북한인권재단' 여전히 출범 못해
민주당, 야당몫 재단 이사 추천 안해 이사진 구성 지연
이사장과 사무총장 등 상근이사 2자리 요구하며 버티기
북한인권재단 이사진 구성 '난항' 겪는데 재단 예산까지 삭감
북인권단체들 "국제사회도 북인권에 관심갖는데 국회는 정쟁만"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핵심 내용인 북한인권재단은 여전히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재단 이사 추천이 늦어지면서 이사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단 출범은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국회의 2017년 통일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재단 관련 예산이 삭감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NGO 단체들은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정치권에 대한 질책을 쏟아내고 있다.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지난 9월 4일 본격 시행된 북한인권법 제10조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을 수행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재단은 정부 출연금으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치되며 △북한인권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 △남북인권대화 및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정책 개발 △시민사회단체(NGO)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한다.
그러나 동법 제12조, 재단 임원의 구성과 관련해 국회의 이사 추천이 지연되고 있어 재단 출범을 위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 등 총 12명의 이사를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이 중 민주당이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등 상근이사직을 요구하면서 추천 몫(4명)에 해당하는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이사들의 투표로 선출되며 사무총장은 이사장이 임명한다. 현재로서는 정부여당 몫이 과반인 7명이라, 이사진이 구성될 경우 이사장과 사무총장 자리에 정부여당 추천 인사가 앉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민주당은 상근이사직에 야당 몫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안에 국회의 이사 추천 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재단의 출범은 민주당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런 와중에 국회는 내년도 통일부 예산 심의에서 재단 관련 예산 134억 중 16억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의 80%가량인 12억 5000만원은 NGO 지원과 관련한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권단체들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이권쟁탈에만 골몰하는 정치세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13일 데일리안에 "유엔 인권이사회나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우리 정치권은 이런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북한인권을 위한 사업은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있으면서도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은 우리 국회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야당은 차기 정권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추천을) 기피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미루는 야당도 문제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지고 끌고나가지 못하는 여당도 무능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에 목소리를 내왔던 단체들이 앞으로도 국민과 국제사회에 관심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인권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형성되면 이런 답답한 부분들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동희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도 "시국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북한인권과 관련한 정부정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협조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북한인권법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어 상당히 아쉽고,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내년도 재단 관련 예산에서 NGO 지원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재단의 주요 역할 중에 한 부분을 약화시킨 것이라고 본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국인 한국에서는 오로지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며 "인권은 정치논리와 분리해서 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결국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재단이 좌지우지될 것이 불 보듯 뻔해 재단이 출범해도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재단을 설립한다는 목표로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관련 비용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판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통일부는 재단 출범과 관련해 정치권의 이사 추천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하루빨리 이사진을 추천해달라는 입장"이라며 "(국회에) 찾아가 설득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안 된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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