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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강조하더니…북, 중국에 "용납 못할 망동" 불만 대폭발


입력 2017.05.04 11:55 수정 2017.05.04 13:17        하윤아 기자

북 관영매체 개인논평 형식으로 "중국 '붉은 선' 넘었다" 비난

전문가 "북중관계 심각함 반영…향후 한국에 평화공세 가능성"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게재해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북 관영매체 개인논평 형식으로 "중국 '붉은 선' 넘었다" 비난
전문가 "북중관계 심각함 반영…향후 한국에 평화공세 가능성"


북한이 '혈맹'을 자랑해오던 중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미국 중심의 고강도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그간 축적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대북 제재·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중(북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게재해 "중국은 더 이상 무모하게 우리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려 하지 말아야 하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논평은 "우리의 핵문제에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 못지않게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천만부당한 구실을 들어 피로써 개척되고 연대와 세기를 이어 공고 발전되어온 조중관계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는데 대하여 격분을 금할 수 없다"며 북한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중국 내 주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해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70여년이나 반미대결전의 제1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리며 미국의 침략적 기도를 좌절시키고 중국대륙의 평화와 안전수호에 기여한 것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부터 해야 응당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논평은 "미국이 외치는 '국제사회의 일치한 견해'라는 것을 그대로 따라 외우며 반공화국적대세력과 한편이 되여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대고 잔혹한 제재놀음에 매달리는 것은 조중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할 망동이 아닐 수 없다"면서 "조중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 두 나라 사이의 '붉은 선'은 그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의 존엄과 이익,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있어서 핵은 존엄과 힘의 절대적 상징이며 최고 이익이다. 우리는 미국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조국과 인민을 사수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였으며 그 자위적사명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중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며 "미국의 힘에 눌려 제 주견도 세우지 못하고 목전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수십 년간 이어온 형제의 우정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린다면 결국에는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사방에서 화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6년 7월 25일 오후(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북중 양자회담 시작 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맞이하러 문 밖으로 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가 중국을 직접 거론해 비난하는 논평을 게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대북 압박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4일 "북중 간에는 서로 불만이 있어도 대외적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는데 현재는 그 같은 관행마저 쌍방이 서로 깨뜨릴 정도로 북중관계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향후 중국을 의도적으로 철저히 무시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평화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닌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의 논평을 내놨다는 점에서 향후 북중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에 중국을 주변 나라라든가 대국이라든가 하며 간접적으로 거론하며 비판한 적은 있었는데, 중국이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면서도 "필명을 쓴 독특한 형식으로 발표해 수위를 조절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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