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구상' 첫발…북에 넘어간 '공' 어떻게 돌아올까
탈북여성 송환 '조건' 내걸어 이산가족 문제 표류 가능성
군사 회담에는 북도 관심…전문가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
탈북여성 송환 '조건' 내걸어 이산가족 문제 표류 가능성도
군사분야 회담에는 북도 관심…전문가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
정부가 17일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과 군사분계선 일대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을 동시에 제안했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가 좌우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던진 공을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받아넘길지 주목된다.
정부가 이산가족과 관련한 남북 간 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산가족의 노령화라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한 데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영역으로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인도 분야에 속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 측의 제안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북한은 현재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어 설사 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현재 남한에서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탈북여성 김련희 씨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이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개인명의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을 보이면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탈북여성의 송환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탈북한 여성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임을 확인했으며, 이산가족 문제와 탈북민 문제라는 별개의 사안을 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성사를 위한 북측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때문에 남북이 탈북여성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군사 분야에서의 대화는 북한이 호응해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으로 여겨진다. 군사회담 의제인 '군사분계선 일대 상호 적대행위 중지'는 북한도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전단 살포 등 이른바 '체제 존엄'과 관련된 문제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실제 지난 6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는 우리 정부에 던진 공개질문장에서 대북전단을 거론하며 "비방중상 중단은 북남사이의 대화와 관계개선 분위기를 세우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 노동신문 논평에서는 "제2의 6·15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군사 분야에서의 남북 간 문제 해결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측의 군사회담 제의를 무작정 거부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발언과 이후 북한이 남북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한 사실을 거론하며 "북한이 이번 한국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7차 당대회 당시 김정은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선 북남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북남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곧이어 북한은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촉구하는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특히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에 따라 남북 간 연락채널을 모두 차단한 상황이었음에도 군 통신선을 통해 우리 측에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5월말 또는 6월초에 개최할 것을 제안하는 인민무력부 통지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만약 남북군사당국회담이 개최되면 전방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상호 비방 전단 살포 중단, 서해 군 통신선 재가동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문제에서 남북한 간에 타협이 이뤄지면 남북교류 재개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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