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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소민의 슬기로운 예술소비] 미술품 소비 3단계…‘명품 백 대신 그림을 사다’


입력 2020.07.15 13:43 수정 2020.07.16 14:24        데스크 (desk@dailian.co.kr)

This is part of a limited edition set.@artsy.net / Contact For Price ESEO GALLERY / Paul Gauguin/ Tahiti Girls, ca. 2000 / Posterⓒ This is part of a limited edition set.@artsy.net / Contact For Price ESEO GALLERY / Paul Gauguin/ Tahiti Girls, ca. 2000 / Posterⓒ

세상도, 미술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 미술 애호가들은 다양한 예술가 및 미술작품의 정보를 바탕으로 각종 전시장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만큼 미술작품을 보며, 그 가치를 찾아낸다. 미술작품은 예술가로부터 비롯되고, 예술가는 미술작품을 통해 완성되지만, 그 작품을 평가해 가치를 알아주는 것은 미술애호가들이다. 그들이 발품으로 찾아낸 최신 정보와 트랜드는 미술작품의 ‘격’을 올려준다.


갤러리스트로서 미술시장에 몸담으면 미술품 투자자들의 신중함이 보인다. 미술품 투자가들은 ‘슬기로운 예술소비’를 미술품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인 만큼 전문적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신중하게 질문을 던진다. 말 그대로 자본의 경제학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거래되는 곳이 미술시장이라는 것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컨설팅이 이루어진다.


사실 어느 분야든 처음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로 존재하진 않는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서 취미가 되기도 하고, 점점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더해지면서 그 분야의 핵심에 도달하게 된다. 미술품 소비에도 투자를 하기까지 단계가 존재한다.


미술품 소비 단계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단계는 미술감상, 2단계 미술품소장, 그리고 3단계는 미술투자다.


첫 번째 단계는 항유적 소비로 ‘미술품 감상’ 단계다. 국립미술관을 포함해 공공미술관은 미술 감상을 적은 입장료로 동시대 최고의 미술 전시를 볼 수 있는 가장 친숙한 미술 감상실이다.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는 미술관에 들러 전시를 감상하는 등의 행위는 교육의 성과로 볼 수 있고 출신 배경과도 상관이 깊다고 말했다.


가령, 미술관에 바닥에 널브러져 놓여 진 브릴로 박스를 비누회사 포장박스로 볼 것이냐, 아니면 경매에서 470만 달러에 팔린 앤디워홀의 예술작품으로 볼 것이냐는 보는 이의 교육 정도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얼마나 값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워홀에 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보는 재미 또한 더해져만 가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미술 감상은 소비대상인 예술작품 자체를 소유하기 위해 소진시키는 것이 아닌, 정신과 감각이 작용하여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정신적 만족을 위한 향유적 경험을 구매하고 체험함으로써 미술을 소비하는 것을 지칭한다. 때문에 미술은 알면 알수록 감상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된다.


This is an editioned multiple. @artsy.net/ Contact For Price ESEO GALLERY/ Brillo Box - Stockholm / Malmö type 1968/1990 / Screenprint on particle wood.ⓒ This is an editioned multiple. @artsy.net/ Contact For Price ESEO GALLERY/ Brillo Box - Stockholm / Malmö type 1968/1990 / Screenprint on particle wood.ⓒ

미술 감상을 좋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유하고 싶은 욕구에 빠지게 되는데, 이 순간이 바로 1단계 관람자에서 2단계 컬렉터 단계로 발전하게 되는 순간이다. 필자가 우연히 내 딛게 된 컬렉팅의 첫발은 상상 그 이상의 짜릿함으로 컬렉터로서의 또 다른 자아의 탄생의 순간이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칫 ‘탐닉’ 혹은 ‘중독’ 단계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 단계에서 반드시 필자와 같은 미술계 종사자들이나 고수 컬렉터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길 권유한다. 그럼에도 살 때는 그렇게 신중했고 세상 마음에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가 떨어지거나 가치가 하락하는 작품들을 뼈아프게 소비하는 경험도 겪어보게 될 것이다.


마지막이 ‘미술품 투자’ 단계다. 컬렉션 성공의 90%는 지식과 정보로부터 나온다. ‘나만의 컬렉션’에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키워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명품 백 대신에 그림을 산다’라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돈 되는 미술’이 보이기 시작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각종 정보와 그간의 노고로 만들어진 심미안을 바탕으로 보다 전략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고 또 되팔기도하며 미술소비 3단계인 미술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어떤 이들은 미술품만한 안전자산이 없다고 말한다. 세계 현대미술 유명 수집가 10명 중 5명이 금융과 헤지펀드 종사자인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을 소비하는 집단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미술시장 전문가인 이언 로버트슨은 1.공공미술관의 관람객 2.그림을 소장하는 개인이나 기관 3. 미술 투자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그것이라 했다(Robertson,I., Art Business, Routledge,2008. p.13).


가치 있는 미술작품에 투자 하는 것이 저상장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에 적합한 재테크임을 여러 사례를 통해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해외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여 명화를 소장하였고, 우연히 한 갤러리에서 구입한 그림이 3년 후에 10배에 가까운 수익을 낸 경우 등 작은 돈으로 그림 재테크에 성공한 사례를 듣다 보면, 부자들만이 하는 투자라는 선입견도 사라질 것이다. 여전히 투자라는 개념으로 미술품과 미술 시장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미술품 투자의 길로 들어섰다면 혹은 들어선다면 반드시 성공적인 ‘슬기로운 미술투자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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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소민 이서갤러리 대표(aya@artcorebrown.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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