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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 프레임' 피하고 '검찰 정상화' 위해 한동훈 기용…대폭 물갈이 불가피


입력 2022.04.14 05:37 수정 2022.04.14 10:08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검찰의 독립성 강화하고 무너진 인사관행 바로 잡으라는 취지…검수완박도 저지하라 메시지

수사 권한 없는 법무부 장관 맡겨…'文정권 인사 수사=보복 수사' 비판 피할 목적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이두봉·박찬호·이원석 중용, 이성윤·심재철·김관정 한직 예상

한동훈 윗기수에 대한 '사퇴 압박' 시그널로도 해석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인선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하자,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인사 관행을 되살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법조계는 분석했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고,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통해 검수완박을 저지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이 같은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후보로 발탁했다.


무엇보다 법조계는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 및 검찰 간 갈등을 겪었던 윤 당선인이 ‘검찰의 정상화’를 위해 한 후보자를 장관에 기용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수사 독립성을 침해해 검찰 출신을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무부 장관에 검찰 인사가 임명된 것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이 2016년 11월 퇴임한 이후 약 5년 반 만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주도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너진 인사 관행과 기준을 다시 세우고, 검찰총장의 의견도 반영하라는 당선인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검찰 독립성 강화를 주장해왔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에 독자적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등의 검찰권 확대 방안이 공약에 포함됐다.


한 후보자는 이날 인수위 기자회견에서도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했다”며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정치보복 프레임에 갇히는 걸 피하기 위해 한 후보자를 수사 권한이 없는 법무부 장관에 발탁했다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후보자가 일선 지검장을 맡아 현 정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하면,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보복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상설특검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한 검사장을 임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은 상설특검법인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필요할 경우 직권으로 특검을 개시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관 직권 특검을 통해 대장동 의혹 등 현 정부를 겨냥해 수사할 수 있는 묘수를 뒀다는 것이다.


물론 한 후보자 임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사권을 쥔 한 후보자가 이른바 ‘윤석열 사단’ 또는 특수통 인사들만 중요 보직에 기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당선인이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힌 만큼, 일각에선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검찰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수사했던 이두봉 인천지검장과 박찬호 광주지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이원석 제주지검장 등이 중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친정부 성향을 보여왔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정현 대검공공수사부장 등은 한직으로 물러날 전망이다.


한편, 윤 당선인이 사법연수원 27기의 한 후보자를 장관에 발탁한 건 그 윗기수 간부들에 대한 ‘사퇴 압박’ 신호를 준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김오수 검창총장은 사법연수원 20기이며, 채널A 사건을 지휘했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도 23기로 한 후보자보다 기수가 앞선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이 검찰 지휘부와의 업무 접점이 넓지 않아 간부들의 줄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일 기자 (mayshi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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