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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의 '깡통 휴대폰' 제출…오히려 구속사유 늘어난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141]


입력 2023.05.05 05:30 수정 2023.05.05 05:30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송영길,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자진 출석…검찰 조사 거부

압수수색 다음 날 검찰에 휴대전화 제출…연락처·통화·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초기화

법조계 "휴대전화 초기화 시기 최근이라면 순수하게 볼 수 없어…판례상 증거인멸"

"휴대전화 초기화 제출, 영장실질심사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위험한 행동"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자진 출석이 거부되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연락처와 통화 내역,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초기화된 사실상 '깡통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여러 판례상 휴대전화 초기화는 증거인멸로 보고 있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한마디로, 휴대전화를 초기화해서 제출한 점은 오히려 구속사유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송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가 검찰 측이 조사를 거부하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다음 날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제출은 향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수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하며 증거인멸 우려를 반박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제출된 송 전 대표의 휴대전화는 연락처, 통화 내역,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이 초기화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 변호인은 "보통 1~2년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느냐"며 "그전 자료가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진정한 수사 협조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맞섰다.


법조계에서는 송 전 대표의 휴대전화 초기화가 영장실질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기화 시기가 최근이라면 순수한 의도로 볼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휴대전화 초기화 시기가 최근이라면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판례상 휴대전화 초기화는 증거인멸로 보고 있는데, 법조인인 송영길 전 대표가 그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증거인멸 의혹을 받더라도 그 불이익보다 초기화를 해서 얻을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고 초기화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이어 "영장실질심사 시 '휴대전화 제출'이라는 외형만 볼 것이 아니라, 이미 빈 상태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실질에 주목한다면 함부로 기각 사유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사 중 휴대전화 초기화는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의도가 어찌 됐든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수사 중인 피의자라면 거의 하지 않는다. 무언가 숨기려는 피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안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이 영장실질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상식적이라면 그렇게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자진 출석이 거부되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안 된다. 그걸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이 사건은 본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돈을 걷은 사람과 준 사람, 받은 사람 등이 있지 않느냐. 송 전 대표 휴대전화 안에 타인의 범죄에 대한 증거가 들어 있었다면 추가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초기화해서 준 점이 오히려 구속 사유를 증가시킬 수 있다"며 "법조인인 송 전 대표도 또 다른 범죄를 추가로 범할 수 있다는 위험을 잘 알 텐데, 꼭 그렇게 해야만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인가 싶다"고 부연했다.


이헌 변호사(홍익 법무법인) 역시 "(송 전 대표 변호인이) 1~2년 사이에 보통 휴대전화를 교체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2~3년에 한 번 교체가 보통인 것 같다"며 "(휴대전화 초기화는) 오히려 본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도 "검찰은 휴대전화 초기화나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포맷 등은 수사에 협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일명 '공장 초기화'를 여러 차례 진행했을 때 포렌식 복구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구속 사유가 충분히 인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송 전 대표가 초기화된 휴대전화를 검찰에 제출한 건 형식적으로는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지만, 사실상 증거를 인멸한 것과 다름없다"며 "영장실질심사에서 오히려 안 좋은 인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가수 정준영 씨도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적이 있었는데, 영장실질심사에서 당시 재판부는 '피의자가 제출한 핵심 물적 증거의 상태 및 내역 등 범행 후 정황, 현재까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초기화한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을 영장 기각 사유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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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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