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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오인해 중3 과잉진압…"전신 피범벅 충격" 父분노


입력 2023.08.07 04:31 수정 2023.08.07 04:31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흉기 난동범'으로 오해받아 사복 경찰들로부터 과잉진압을 당해 전신에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는 등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 A군 아버지가 공개한 사진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10시쯤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부용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칼을 들고 뛰어다닌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인근 지구대 인력과 형사 당직자 등 전 직원을 동원, 즉각 출동시켜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해당 남성 추적에 나섰다.


사복 차림을 한 형사들은 하천에서 검정 후드티를 입고 이어폰을 착용한 채 달리던 중학생 A군을 특정해 다가가 검거했다.


하지만 A군은 흉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오인신고였던 것.


당시 A군은 평소처럼 하천가를 달리던 중이었다. A군은 인근 공원에서 잠시 멈춰서 축구를 하던 아이들을 구경하다 다시 뛰러 갔고, 이를 본 아이들이 A군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들이 A군에게 다가가 불심검문을 시도하자 A군은 겁을 먹고 달아났고, 이에 형사들은 A군이 도주한다고 생각해 쫓아갔다. 이 과정에서 A군은 넘어져 다쳤고, 진압과정에서 머리, 등, 팔,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이 과정을 목격한 시민들은 '의정부시 금오동 흉기난동범'이라는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리기도 했다.


피해 학생 아버지 분통 터뜨려
"사과 한마디 없이 핑계만 대"


A군의 아버지 B씨는 이 사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B씨는 "영문도 모르던 아이에게 갑자기 사복경찰 2명이 신분도 소속 공지도 없이 다짜고짜 '너 이리와' 라며 아이를 붙잡으려 했다"며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어른 2명에게 강압적 제압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이러다가 죽을까 싶어서 살려달라고, 자긴 중학생이라고 소리 질렀지만 경찰이 강압적으로 수갑을 채웠다"며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중 아들 친구들이 '제 친구 그런 애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대로 지구대까지 연행했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자신들의 소속과 신분도 고지하지 않고. 미란다원칙 통보 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것. A군은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집에 연락을 했고 이에 B씨가 단숨에 지구대로 뛰어가보니 A군은 전신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B씨는 "사복 경찰 팀장이라는 분이 사과 한마디 없이 핑계만 댄다"며 "강제 집압 과정에서 자신의 팀원 1명이 다쳤다는 이야기부터 하는데 분통이 터져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는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심해 걱정이다"며 "고작 16살 중학생 남자아이가 집 앞에서 러닝하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또 "형사들은 칼부림 사건으로 범인 검거에 혈안이 돼 있다"며 "무고한 피해자들이 없도록 미리 검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잘못된 신고로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가 이뤄져 미성년자 피해자까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측은 "A군이 검문을 불응해 우발적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하며 "A군의 부모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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