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최재해 선고…이번주 탄핵선고 없을듯
다뤄야할 쟁점 많아 '최장 평의' 기록 경신
문형배·이미선 퇴임 앞둔 4월 중순 전망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변론 종결 후 2주가 지난 시점에도 잡히지 않은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숙의가 장기화될 수 있단 예측이 돈다. 법조계는 헌재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고 보고 예상 시점을 훌쩍 넘겨 4월 선고 가능성마저 열어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이번주를 넘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오는 14일 선고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전날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의 탄핵심판 선고를 13일 열기로 결정하며 가능성이 낮아졌단 평가다. 1995년 이후 헌재가 연이틀 주요 사건을 선고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주를 넘긴다면 변론종결 이후 3주 차를 맞이하는 것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를 살펴보면 두 건 모두 변론기일 마무리 후 약 2주 뒤 금요일에 선고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미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평의'를 기록한 상태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종결한 다음날부터 이날까지 15일 간 거의 매일 평의를 열어 사건을 검토 중이다.
앞서 사례에서 변론종결부터 선고까지 걸린 기간을 계산해보면,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종결일인 4월30일부터 선고일인 5월14일까지 14일 걸렸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2월27일 변론을 종결해 11일이 지난 3월10일 파면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그간 탄핵심판의 경우 가급적 신속히 심리해 결정을 선고했는데, 이는 불필요한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의도가 컸다. 탄핵심판은 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즉시 소추 대상자의 직무가 정지되는 데 심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정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헌재의 숙의가 길어지고 있는 건 앞서 두 사례와 비교해 다투는 쟁점이 많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이 파면 되기 위해선 5가지 쟁점(▲12·3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법조인·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논의를 거쳐 하나라도 중대한 법 위반이란 판단이 나와야한다.
법조계는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적인 논의를 거쳐 위헌·위법의 요소가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하더라도 위헌·위법이 중대하냐를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결론 도출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를 결정한 점도 헌재의 숙의를 길어지게 만들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이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여당 의원 82명은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 각하 탄원서를 내며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탄원서는 소추 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해 줄 것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여당 의원들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 과정에서 '적법 절차'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법조계는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탄핵심판 사건을 병행 심리해 온 만큼 이들에 대한 탄핵 시점도 변수로 지목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이 기각된다면 상관이 없지만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윤 대통령 탄핵도 인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당장 선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한 총리부터 선고를 해야하는 게 좀 더 안정적"이라며 "한 총리 탄핵 선고를 고려하면 다음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팩스)는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파면 시켜야 될 정도의 중대성이 있어야 되는데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관들 간 견해가 갈릴 수 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가 완전히 없고 그런 대통령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에 반한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을 앞둔 4월 초 아니면 4월 중순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