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지하철 분당선 강남구청역 승강장에서 폭발물로 의심된 물체가 발견되자 폭발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한 오후를 보내던 서울 강남구청역에 한바탕 소동인 인 것은 17일 오후 2시쯤이었다. 폭발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이 역내에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즉각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됐다. X-레이 촬영 결과 뇌관과 비슷한 물체가 인식 돼 ‘폭발물이 맞다’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가방 안에는 옷걸이와 옷가지만 있었지만, 2시간이 넘게 전동차 운행이 제한되고, 승객들이 대피하는 등 강남 일대가 테러공포에 휩싸였다.
‘강남구청역 테러 해프닝’은 싱겁게 끝났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 등 공공시설이 테러에 노출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테러로부터 안전지대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북한의 잇따른 무력도발과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 등으로 인해 테러의 위험에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언제든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놓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 내부 급변상황에 테러자행할 가능성 있어"
우리나라가 테러에 안심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북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앞으로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이라는 내용의 협박 편지와 함께 밀가루가 든 소포가 배달돼 국방부가 긴장을 한 바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정권이 요인 암살을 통해 대한민국 혼란을 야기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테러와 1987년 KAL(대한항공)기 폭파를 비롯해 70여건의 대남 테러를 자행해 왔다. 김정은 체제 이후에는 내부안정 도모와 남한 사회 혼란 조성의 일환으로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은 “과거부터 북한의 테러 행위들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진태 국제테러리즘연구소장도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결코 배제해선 안된다”며 “북한은 1980년대 초부터 적극적으로 대남테러를 자행해 왔고, 최근에는 북한의 내부 상황이 급변할 경우, 내적 갈등과 불만을 대외적으로 돌리는 수단으로 대남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9.11테러 후 탈레반-알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 표적 돼"
알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조직의 테러위협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지난 9.11테러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알카에다가 동남아발 항공기를 납치해 우리나라 내 미국 시설에 대한 동시 충돌테러를 모의했다는 내용이 미 의회 보고서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더욱이 알카에다는 한국을 미국과 영국에 이어 ‘제2 테러 대상국가’라고 공개적으로 위협한 바 있고, 지난 2010년 4월에는 경찰이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 중견 간부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인을 국내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결코 국제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최 소장은 “9.11테러 이전에는 중동과 이슬람권 국가가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지만, 대테러 전쟁 이후에 미국에 대한 적대감과 반미주의, 반서방주의가 한국으로 이식되는 양상”이라며 “우리가 대테러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어서 국제테러조직의 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UAE 등 해외파병 역시 중동 테러조직에게는 공격의 명분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탈레반이나 알카에다가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국가로 분류했고, 이 때문에 자신들의 공격 대상 국가에 한국을 공식적으로 올려놓았다”며 “따라서 언제 어디서라도 테러의 기회가 생기게 되면 한국과 한국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테러단체들 간에 상호경쟁이 있는데, 자신들의 존재와 활동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테러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며 “대규모 테러는 사라졌지만 소규모 테러는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테러 관련 조직 재정비해야…국내 외국인 차별-불만 조정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테러 대응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정부기관이 일원화되지 못했고, 대테러 전문가 역시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 더욱이 원자력 시설 테러를 막기 위한 ‘원자력 방호ㆍ방재법 개정안’은 여야 정쟁으로 국회 문턱 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최 소장은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주의해야 되는 장소는 다중이용시설, 지하철, 쇼핑센터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며 “특히 아시안게임, G20 정상회의 등 국제행사 기간동안에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감시와 순찰이 더욱 더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대테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서 수상한 사람이나 주인 없는 물건이 발견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당국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제테러조직에 의한 테러뿐만 아니고, ‘자생적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도 다민족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자, 탈북자 등이 국내에 정착을 하면서 부당한 차별을 받거나 소외되는 상황들이 일부 발생을 하고 있다. 과거 7.7런던테러나 3.11스페인 열차 테러의 경우는 국제 테러 조직들이 자행한 것이 아닌 자생적 테러범에 의해서 저질러진 사건이다. 우리도 이제는 자민족 국가를 구성해가는 과정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한다.”
서 교수는 “현재 중동지역과 복잡한 정치, 종교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해서 정보 수집과 분석에 동참해야 한다”며 “여러 기관이 나뉘어져 있는 대테러 조직을 하나로 묶어서 대테러통합기구가 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국내 폭탄테러 신고는 241건이고, 연도별로는 ▷2007년 77건 ▷2008년 81건 ▷2009년 8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1%(123건)로 가장 많았고,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이 12%(29건)로 두 번째였다. 인구가 밀집된 부산(11%, 27건)과 경기(8%, 20건)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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