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산 위기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벽 높은 갈등
갈수록 격해지는 주민들 반대에 속타는 발달장애인 학부모들
"발달장애인도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미리 직업 훈련해서 단순 작업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공간도 따로 쓰는데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
서울 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커리어월드(가칭)' 사업의 6차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대로 또 다시 무산됐다.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성일중학교의 유휴시설(4층)을 개조해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를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이곳 주민들이 학생들의 안전 문제와 교통량 증가 가능성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지난 2일 6차 주민설명회가 열린 성일중학교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결사반대' 띠를 온몸에 두른 주민 100여명은 설명회가 시작하는 오후 4시에 맞춰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지역주민과 서울시교육청,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와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 70여 명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왜 고등학교 아이를 감당하게 합니까. 우리 아이가 접하게 될 두려움과 공포를 어떻게 해결해줄 겁니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같은 부모로서 발달장애인 시설 반대하는 것 아닙니다. 글로컬 타워(용두동 내 설립되는 장애종합복지시설), 폐교 부지도 대안으로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등장한 동대문구의회 의원도 "왜 꼭 여기를 고집합니까"라고 주장해 반대 측 주민들의 큰 호응을 사기도 했다.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특히 중학교 시설에 20대 중반 발달장애인이 드나든다는 점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이에 대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사용하는 공간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어머니는 반대 측에 "내 자식이 당신 자식에게 대체 무슨 해코지를 했느냐"라며 무릎꿇고 울부 짖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을 무슨 흉기처럼 이야기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면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미리 직업 훈련하는 것 필요하다. 공간도 따로 쓰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대 측 주민과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갈등에 대해 염유민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이날 상황을 조희연 교육감에게 보고한 뒤 이후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염 장학관은 "현재 100여 명의 주민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이 2만 8000명의 제기동 주민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비췄다.
한편, 장애인부모단체 회원들은 커리어월드 설립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겠다며 동대문구가 지역구인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갈등은 점차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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