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위, 한상균 거취 놓고 어떤 결론 내릴까?
도법 스님 "자진출두 설득하겠지만 시간이 더 필요해"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8일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이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도록 설득하겠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화쟁위 측이 당분간 한 위원장을 품고 있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도법 스님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실을 찾아 하 의원과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 의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약 30분짜리 영상에서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을 놓고 보면 범법자를 보호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범법자를 은닉하는 것을 당연히 잘 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화쟁위)가 숨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을) 설득해서 자진출두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그(자진출두할) 조건들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그 조건들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하 의원이 대화 도중 '(입장을 번복해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힌 한 위원장에 대해) 화쟁위 측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자,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이 스스로 조계사를 떠나도록 하는 소위 '설득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도법 스님은 그러면서 이번 한 위원장 사태와 관련, "서로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분노가 충돌하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이 저희(화쟁위)가 하는 역할"이라며 "하 의원님이 법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 게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더 중요하게, 시급하게 풀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2차 대회가 큰 충돌 없이 이뤄지기까지는 화쟁위의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화쟁위가 처음부터 줄기차게 합법적 집회, 평화 대회, 사회적 대화 이 세가지를 일관되게 이야기해왔고 나름대로 대단히 노력했다"며 "관행적으로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이 우리 사회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그것을 거치고 평화롭게 이뤄졌다. 그럼 이 혜택이 누구에게 갈까. 저는 일차적으로 가장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경찰이라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 도법스님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는 하 의원의 말에 "아픈 국민이 국민의 소리"라며 "지역적으로 말하면 경상도 국민보다 전라도 국민이 더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법 스님은 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중요한 것은 (한 위원장이) 자진출두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조계종은 사실 어떤 입장도 표현한 적이 없지만 한 위원장의 신변은 조계사에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진 출두할 수 있도록 저희들은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고 그런 조건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진행되리라 본다"면서 "바람직하게 풀리고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데 국민적 뜻이 모아져야 된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고 의중을 전했다.
한편, 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도법 스님의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이 자진출두 시한을 잘 지켰다면 지난 토요일 평화집회도 유종의 미를 거뒀을 텐데, 한 위원장이 약속을 안 지켜 평화집회 의미도 반감됐다"며 "결국 화쟁위가 한 위원장의 투쟁 지원 역할만 했다.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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