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격랑 속 '정상' 부재...외교공백 어쩌나
박 대통령, 제24회 APEC 정상회의 불참...외교 정책구상 효력중지
전문가 "국내혼란과 별개로 외교활동 일관돼야...외무장관 나설 때"
박 대통령, 제24회 APEC 정상회의 불참...외교 정책구상 효력중지
전문가 "국내혼란과 별개로 외교활동 일관돼야...외무장관 나설 때"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2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외교공백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경제 침체와 북핵 위협 등 그 어느 때보다 외교안보 환경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가 정상의 국제무대 부재로 한국만 외교의 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는 8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함을 감안해 이번 APEC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히며 “박 대통령의 APEC 참석 여부는 지난 9월에 이미 결정된 것으로, 현재 (대리) 참석자에 대해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고, 내주 초경에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정상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3년 미국에서 APEC 정상회의가 처음 열린 이래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이 불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박 대통령도 지난 2013년 취임한 이후 3년 연속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왔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제 정상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불참 이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앞선 1~3차례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적은 없었다. ‘최순실 사태’ 여파가 정치권을 넘어 국제 외교무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APEC정상회의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 사이의 각종 경제·무역정책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번 회의에서는 북핵문제, 경제·무역정책 등 한반도에 영향이 큰 이슈들이 다양하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은 참석을 확정짓고, 국가 간 양자·다자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상만 불참함에 따라 대외적 외교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교부는 ‘최순실 파문’과 관련 지난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로서는 주요 외교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전 재외공관에 이러한 내용의 장관 명의 지시전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지시문에는 ‘우리의 외교안보태세와 경제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 주요정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적극 설명하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국제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이 불참함에 따라 국정 마비가 정치권을 넘어 경제·외교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이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하고 각종 미사일을 수십 차례 발사하는 등 위중한 안보위기 상황 속 박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상실함에 따라 국내외에서 정부의 외교안보문제 대응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춘흠 상하이외국어대 석좌교수는 9일 본보에 “북핵·사드문제, 경제·무역정책 등 한반도 관련 정책에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야할 중요한 시점에 국내 정국 혼란이 심화되면서 국가 위신이 실추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 속 (국제 정상회의에서) 국가 정상의 부재로 우리의 구상을 국제사회에 피력하기 어렵고, 신뢰를 쌓아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세가 어려운 상황이라도 국제사회 속 한반도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국가 정상의 참석이 어렵다면 외교 실무자인 외무장관이 대리 참석해 국가적 목소리를 높이고, 국제사회 속 신뢰도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APEC 정상회의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리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총리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대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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