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리얼돌 음란하지 않다" 판례…불법 풍속업소 규정 어려워
사람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 체험방이 규제 사각지대 속 학교 인근에 관련 영업장이 들어서는 데도 관계기관들이 단속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18일 교육당국과 경찰은 지난 15일 종로구의 한 교육환경 보호구역 안에 리얼돌 체험방이 있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보호법)은 학교 시설 반경 200m에 풍속업소나 유흥주점 등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종로구 한 리얼돌 체험방으로부터 불과 200m 안에 고등학교 두 곳이 있는데, 업소 건물 앞에는 '성인 콘텐츠 체험방'이라는 입간판이 버젓이 걸려 있다.
리얼돌 영업이 주택가로 확산하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리얼돌 영업이 성매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최모(40)씨는 "성매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인데 간판을 내걸고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근처에 패스트푸드점도 있어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주는 교육청과 경찰 측에 "리얼돌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리얼돌을 뒀을 뿐 체험장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교육환경보호법 위반이나 불법 풍속영업 여부 등을 검토했으나 리얼돌의 음란성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도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업주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돈을 받고 체험장을 운영했다는 증거를 당장 찾기 어렵고 리얼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풍속업소로 보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리얼돌을 수입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2019년 6월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내린 뒤 경찰이 리얼돌 체험방을 단속해도 대법 판결을 근거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있다.
관할 구청 관계자도 "리얼돌 체험장은 자유업이라 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따로 목록을 만들어 관리하거나 담당 부서를 두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리얼돌 체험장은 자유업이라 허가받지 않고 생긴다"며 "학교 근처에 체험장이 있는지 점검하려면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일일이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