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매체 선동죄 처벌에 국제사회 반발…中 “내정간섭”

29일 홍콩 법원 앞에서 청푸이쿤 입장신문 전 편집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콩 법원은 앞서 이날 그와 또 다른 입장신문의 전 편집장 대행에게 선동 혐의로 최종 유죄판결을 내렸다. ⓒ AP/뉴시스

홍콩 법원이 2021년 강제 폐간된 홍콩 민주진영 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Stand News)의 전 편집장들에 대해 선동혐의로 유죄를 선고하자 국제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입장신문의 편집장들에 대한 유죄선고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직접 공격이며 한때 국제적 평판을 자랑했던 홍콩의 개방성을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캐서린 웨스트 영국 인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도 “사회와 경제가 번영하려면 자유로운 언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홍콩은 2002년 이후 세계언론자유 지수에서 18위에서 135위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유죄선고는 홍콩 기본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와 기본적 권리를 위한 공간이 축소되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규정했다. 국경없는기자회도 “홍콩 언론의 자유가 악화했다는 또다른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되받아쳤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개별 국가와 기관들이 홍콩특별행정구의 사법 사건을 빌미로 악의적으로 홍콩을 비방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주민이 법에 따라 누리는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각종 권리와 자유는 시종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법원은 앞서 전날 입장신문의 전 편집장 청푸이쿤(54)과 편집장 대행 람시우퉁(패트릭 람 34)에 대해 대해 2020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17건의 보도와 논평을 통해 반정부 이념을 조장하고 당국을 불신하게 한 선동 혐의로 유죄를 판결했다.

입장신문 운영법인인 ‘베스트 펜슬 HK’(Best Pencil HK)에도 같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언론 매체와 관련해 선동 혐의 재판이 진행된 것은 입장신문이 처음이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직후인 그해 12월에 온라인 매체로 창간된 입장신문은 민주진영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다른 민주 진영의 홍콩 일간지 빈과일보가 2021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폐간되자, 입장신문은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을 중단했다. ‘문자의 옥’은 글에 적힌 내용이 황제를 비난한다는 이유로 지식인을 숙청한 역사를 뜻한다.

홍콩 국가안전처는 입장신문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같은해 12월 200명의 경찰을 동원한 전격적인 압수수색해 전·현직 편집장과 전직 이사 등 입장신문 관계자 모두 6명을 체포했다. 그 직후 입장신문은 폐간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