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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52)] 몸짓으로 노래하는 ‘비틀쥬스’ 오홍학


입력 2021.07.30 13:34 수정 2021.08.02 08:3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CJ ENM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개막한 뮤지컬 ‘비틀쥬스’에서는 수많은 비틀쥬스들이 무대를 채운다. 진짜 비틀쥬스(유준상·정성화 더블캐스팅)는 무대 위에서 그의 ‘분신’들을 하나, 둘 불러내는데 그 때마다 엄청난 놀라움과 쾌감이 느껴진다. 비틀쥬스가 더욱 빛날 수 있는 이유도 이 분신들 덕분이다.


뮤지컬 배우 오홍학은 비틀쥬스의 많은 분신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또 거대 비틀쥬스의 오른 손으로, 장례식 조문객으로, 심벌즈 치는 좀비 치어리더로, 추락해 죽은 미식축구 선수로, 해골로도 출연한다. 150분의 러닝타임 동안 수시로 역할을 바꾸면서 능수능란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현혹시킨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 전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다고요.


당시 운동 밖에 몰랐고, 대사를 노래처럼 부르고 연기하는 뮤지컬이란 장르 자체가 생소하고 어색했어요. 그때 같이 운동하던 형이 있었는데, 갑자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한다고 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형의 초대를 받아서 공연을 봤는데, 커튼콜 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저를 발견했죠. 너무 벅찼어요. ‘나도 꼭 하고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운 좋게 추가 오디션에서 합격했어요. 그게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무대를 보면 몸을 정말 잘 다룬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을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


저의 주특기 동작들은 아크로바틱, 마샬아츠와 같은 움직임이 많아요. 춤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가 있는 움직임인 것 같아요. 뮤지컬을 하면서 보면 정말 춤을 잘 추는 배우들이 많아서 오히려 많이 배우면서 공연을 하고 있어요. 철학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지만 무대 위에서 제 특기가 스며들 수 있는 안무들을 만나면 더욱 많이 연구하고 잘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오홍학 배우하면 ‘노트르담 드 파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2009년 20대의 시작부터 2021년 올해 초까지,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저와 13년을 함께 했어요. 오래 연락을 안 해도,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진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운동만 하던 우물 안 개구리를 밖으로 꺼내 준 감사한 선생님이기도 하고요.


ⓒCJ ENM

-이번 ‘비틀쥬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지금 ‘비틀쥬스’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이종혁 형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 내한 팀에서 함께 공연 중이었는데, 형이 ‘비틀쥬스’ 오디션을 함께 보자고 제안해줬어요. 처음엔 저와는 정말 안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조차 부담스러웠고, 피하려고 했죠. 그런데 ‘비틀쥬스’를 만나게 된 지금은 형이 은인이라고 느껴져요. 하하.


‘비틀쥬스’와 관련된 영상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제가 홀려 버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도 ‘저 세상 텐션’인데 이 작품도 ‘저 세상 텐션’이라 동지를 만난 느낌이랄까요?(웃음) 이런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조건 오디션에 올인했어요!


-올인의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비틀쥬스’에선 어떤 역할들을 맡고 계시죠?


정말 다양한 역할로 출연하고 있어요. 첫 장면에서 장례식 조문객부터, 심벌즈 치는 좀비 치어리더, 성가대 그리고 1막 마지막에는 거대 비틀쥬스의 왕손 중 오른손을 맡고 있습니다. 2막에서는 비틀쥬스 복제본, 추락해서 죽은 미식축구 선수, 해골 등으로 출연하고요.


-이번 뮤지컬은 워낙 정교하게, 약속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동선에 있어서 더 철저하게 연습해야 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렇게 순간순간 변화가 많은 공연이 있을까 싶어요. 그래도 정말 완벽에 가깝게 연습을 마쳤어요. ‘우리는 다 준비됐어! 무대만 올라가면 돼’라고 이야기할 정도로요. 넓은 연습실에서 연습을 마치고 극장 무대세트로 들어왔을 땐 오히려 세트가 작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공연을 보신 관객 분들은 아시겠지만 ‘뷰티풀 사운드’ 장면에서 모두들 쉬지 않고 안무를 하는데요, 완벽히 해내는 우리 ‘비틀쥬스’ 배우들 너무 놀라워요. 리스펙!


-연습이 힘들었던 만큼, 연습실이나 공연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도 많을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이 이 공연이 끝나면 정말 우울증 걸리는 게 아닌지. 하하. 그 정도로 연습과 공연을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뿌듯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해외 창작진인 코너 갤러거 안무가가 브로드웨이 팀이랑 다른, 조금 더 난이도 있는 동작들을 한국 배우들에게 요청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한국 배우들은 그 요청을 단번에 다 소화해냈죠! 마치 ‘이게 된다고? 이거 해봐! 이거도 된다고? 어? 다 되네?’ 이런 느낌이었어요. 하하. 배우들과 한국 협력 감독님들이 너무 존경스럽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앙상블은 무엇보다 배우들간의 호흡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실제 호흡은 어떤가요?


그저 갓상블 입니다. 제가 날숨 타이밍에 실수로 들숨을 마시면 알아서 날숨을 뱉어줍니다.


ⓒCJ ENM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나요?


제가 나오는 장면 중에서 2막 첫 장면인 ‘뷰티풀 사운드’를 좋아합니다. 다 같은 의상과 같은 분장을 하고 다 함께 호흡하는 게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중에도 감동을 느낍니다(웃음). 그리고 넘버는 2막 마지막 즈음 나오는 ‘HOME’을 좋아해요. 이 넘버가 나올 때, 저는 추락해 죽은 미식축구선수 분장을 지우고 있는데요. 분장을 지우는 배우들이 모두가 넘버를 따라 부르고 있어요. 이때 분장실 퀵룸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좋고, 가족애도 많이 느껴져서 애정 하는 거 같아요.


-마냥 재미있기도 하지만, ‘비틀쥬스’가 주는 메시지도 크죠. 작품에 참여하면서 스스로도 ‘비틀쥬스’를 통해 받은 메시지가 있나요?


‘What I know’란 넘버에서 ‘삶은 짧고 죽음은 길더라’라는 가사를 많이 되뇌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그동안 삶이라는 걸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고, 퍽퍽하고 무서운 세상을 살았던 거 같아요. 겁도 참 많았고요. ‘비틀쥬스’에 참여하면서 지금 내 삶을 스쳐가는 작은 하나하나,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어요.


-오홍학 배우가 ‘비틀쥬스’를 통해 느낀 이 변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을 한다면요?


지금 많이 힘든 시기잖아요. 모든 분들이 다 같은 마음일 거 같아요. (공연 보러) 오셔서 많이 웃고 울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간 공연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요?


이 시기에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모든 예술인분들이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틀쥬스’에 유독 애정이 깊어 보여요.


맞아요. 그간 참여했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비틀쥬스’는 기억에 남을 작품인 것 같아요. 연습을 시작할 때부터 빨리 관객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고, 공연이 올라가기 전까지 이렇게 마음을 졸였던 공연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정이 갑니다. 첫 연습 때 알았어요. ‘비틀쥬스’는 큰 일을 낼 거라고!


-또 한 번, ‘비틀쥬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참여해야죠! 무조건이요! 제발 다시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성장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첫 공연 시작 때부터 모든 배우분들이 오래 공연하고 싶다고 아쉬워했어요. 몇몇 배우 분들과는 ‘비틀쥬스’와 쭉 함께 실버타운 설립 계획도 세우는 중이랍니다. 하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도 있나요?


데뷔한지는 오래 되긴 했지만 아직 저는 뮤지컬 어린이, ‘뮤린이’에요. 요즘도 대기실에서 막내 동생들에게 노래와 춤을 배우는 중이랍니다. 무엇이든 다 도전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가 저에게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죠.


-앞서 엠넷 예능프로그램 ‘썸바디’에도 출연하셨죠. 뮤지컬 배우 외에도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도 흥미로운 도전들을 즐기는 편인가요?


몹시 그런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려서 그 곳에 적응해 가는 걸 즐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을게요. 그러다 보면 꿈들을 마주하게 되겠죠? 그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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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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