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1년에 17명 전자발찌 끊는다…"보호감호시설 부활해야"


입력 2021.09.01 06:02 수정 2021.08.31 21:22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전자발찌 훼손하고 여성 2명 살해…올해만 13명 훼손, 2명은 아직 검거도 안돼

1명이 17.3명 관리, 인력 턱없이 부족…알맹이 없는 법무부의 재탕 삼탕 대책

전문가 "교화·치료 목적 보호감호시설 논의 필요…긴급 압수수색 허용해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중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 사건을 계기로,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전자발찌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7일 송파구 신천동 한 거리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뒤 29일 오전 경찰에 자수했다. 강씨는 도주 전 여성 1명, 도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여성 1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각각 40대, 50대로 지인 관계로, 각각 강씨의 거주지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이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보석으로 풀려난 '함바왕' 유상봉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해 15일 만에 붙잡혔다. 지난 17일에도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던 한 50대 남성이 인천 남동구 한 다방에서 업주를 위협하고 성폭행하려다 도주했고 경찰에 긴급체포된 바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08년부터 전자발찌를 훼손한 사례는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보고되고 있다. 2008년 훼손자는 1명이었지만 최근 5년 간은 평균 17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의 경우 이달까지 이미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고 이 가운데 2명은 아직 검거되지 못했다.


문제는 관리감독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21년 7월 기준 전자감독 대상자는 4847명인데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은 고작 281명이다. 1명의 보호관찰관이 평균 17.3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특히 재범위험률이 매우 높다고 나온 조두순처럼 1대1 감독을 받는 사람은 19명에 불과하다. 성폭력 전력이 2번이나 있는 강씨는 1대1 전자감독 대상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집중관리대상자로 분류됐다.


두 명이나 살해되자 법무부는 30일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을 막겠다며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전자장치 견고성 개선 ▲재범위험성에 따른 지도감독 차별화 및 처벌 강화 ▲경찰 공조체계 개선 ▲인력 확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대안이 아닌 방향성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책 기조의 재탕 삼탕일 뿐 새로운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전자발찌는 지금껏 6차례 강화된 소재로 교체됐지만 착용자가 마음먹고 공업용 절단기로 자르고 도주하면 속수무책이었다.


전자발찌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전자발찌의 재범방지 효과가 한계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 대안을 촉구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전자발찌 제도 도입 이후로 재범률이 줄어드는 등 억제 효과는 있었지만 그 자체로 재범을 막을 수는 없다"며 "보호관찰과 등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예산 문제로 획기적 충원이 어렵다면, 집중관리 대상자 중에서도 재범위험률이 높고 수차례 중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재소자도 형기만 마치면 무조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며 "전자발찌, 보호관찰, 성 충동 약물치료, 신상정보공개 등 온갖 제도가 있어도 교화가 안 된 전과자의 재범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승 위원은 이어 "재범위험성이 높은 재소자들을 치료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교정시설의 중간지대가 필요하다"며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시설은 교정시설과 다를 바가 없어 형기를 마치고 시설에 갈 경우 이중처벌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치료와 교화에 목적을 둔 친사회적 보호감호시설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윤성 순청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전자발찌를 끊는 사람은 흉악범죄를 우발적으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적극 대응할 때"라며 "경찰 등이 강씨 집을 방문해도 영장이 없어 수색하지 못했는데, 재범위험성이 높은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쳤을 때에 한해 긴급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예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효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