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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규제 리스크①] ‘한류’의 시작점이었던 중국, 예상 불가능한 ‘변덕’


입력 2021.10.04 14:01 수정 2021.10.05 08:4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한한령 이후 한류 제동...엔터도 '중국 지우기' 나서

"매력적인 中 시장 규모, 정책은 불확실한 상태"

‘한류’는 한국을 뜻하는 ‘한’(韓)에, 특성 또는 독특한 경향을 뜻하는 접미사 ‘~류’(流)를 붙인 합성신조어다. 현재는 국내 가요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산업들이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 북미권까지 진출하면서 한류의 무대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배용준(욘사마)을 기다리는 해외 팬들 ⓒ뉴시스

한국의 대중이 체감한 한류의 시작은, TV 속 일본 중장년층 여성들이 욘사마(배용준)를 보고 “사랑해요 욘사마”라고 비명을 지르고, 그의 손짓 한 번에 날뛰는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배용준이 주인공을 맡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2003년 일본의 방송사 NHK 위성 채널에 이어 지상파 채널에 방송됐고, 외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한류’라는 단어가 사용된 건, 그보다 몇 해 전인 1990년대 중후반 중국에서였다. 최진실·최수종 주연의 드라마 ‘질투’, 국내에서 평균 시청률 59.6%를 기록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등이 중국에 진출하면서다. 이후 ‘겨울연가’ 등의 드라마가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에 퍼지면서 한류의 불씨를 순식간에 키우는 역할을 했다.


이후 2000년 초반 H.O.T를 필두로 한 케이팝 아이돌이 활약하는 과정을 중국 언론이 ‘한류’로 표현하면서 케이팝과 한국 영화,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금의 한류 형태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한류의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규모를 더 확장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류의 시작점이었던 중국과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관계다.


중국 기업과 한국 연예기획사의 상호협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K-콘텐츠와 중국을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특히 지난 2016년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국 자본, 일명 ‘차이나머니’가 밀려들면서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돼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그룹 웨이션브이 ⓒSM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이 시기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분의 22%를 쑤닝 유니버설 미디어에 약 330억원에 매각한 바 있고, SM엔터테인먼트는 알리바바 그룹에 지분의 4%를 약 355억원에 팔기도 했다. 또 JYP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 음원 시장을 노리고 CMC(중국 최대 온라인 음악 관련 기업)와 5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고, 그룹 EXID의 소속사였던 예당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미디어 관련 기업 바나나 프로젝트와 계약을 맺고, 한중 합작 기업으로 거듭나며 이름을 바나나 컬쳐로 바꾸기도 했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배치가 확정된 후부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적용된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문화를 금지한 조치)으로 활동이 제한되고, 국내 주요 엔터사들이 지역별 매출에서 ‘중국’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 등 ‘중국 지우기’를 하고 있지만 직·간접적인 중국 관련 사업 비중은 여전히 크다.


최근까지도 국내 엔터사들은 아이돌 그룹에 중화권 멤버를 포함시키며 중국 시장을 의식해왔다. 대형사들은 오히려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JYP엔터는 중국 텐센트그룹과 합작사(JV)를 설립해 전원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보이스토리’를 출범했고, 2019년 초 SM엔터는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웨이션브이(WayV)를 중국에서 공개했다.


엔터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인 동시에, 중국 정부의 변덕은 늘 우려의 대상으로 언급되어 왔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언급한 한한령도 그렇고, 최근 전면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통제에 나선 것이 그 예다.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강력한 조치들로, 중국 내의 한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한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에도 중국과의 외교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보도들이 다수 나오긴 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이번 조치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중국의 규제가 한류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은 시장의 규모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정책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불확실한 상대라는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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