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학생에게 욕먹는 교사들 ①] "야 XX 뭐래냐" 대들어도 "똥 밟았다" 넘어가


입력 2021.10.27 05:42 수정 2021.10.26 15:39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교사들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자유·권리 침범못한다 못박아…일탈행위 제대로 제재할 수 없어"

"교사들의 난폭한 폭행·욕설로 학생인권조례 제정됐지만, 이제는 교권이 심각하게 위협·훼손"

시민들 "하나만 낳아 무조건 감싸고 애가 원하면 불법도 서슴지 않고 다해주는 가정교육이 문제"

심각한 교권 침해ⓒ게티이미지뱅크

교육 현장에서 지나친 교사들의 체벌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가 개정된 이후 심각한 교권 추락이 야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처벌이나 제재할 권한이 없음을 알고 수시로 욕설을 하며 대들고,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아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일 한 익명커뮤니티에서는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겪었던 교권 침해의 실태를 밝히는 글이 올려 논란이 일었다. 해당 교사는 수업 중 발표를 시켰더니 학생이 "야 XX 뭐래냐" 등의 원색적 욕설하고 대들었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업 등에서의 '사이버 교권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이모(20대)씨는 "코로나로 온라인 화상수업을 진행했는데 얼굴을 캡처해 일부 학생들끼리 사진을 공유하고 온라인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것을 다른 학생이 말해준 적이 있다"며 "모욕감이 들었고, 이런 비웃음을 받기 위해 아이들과 그렇게 친해지려고 노력했나 싶었다"며 허탈해했다. 이씨가 해당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아 해당 사건은 조용히 무마됐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30대) 씨는 "학생들이 희화화하거나 대드는 상황에서도 바로 학생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며 "교사인권위원회를 열어 학생을 처벌할 수 있지만 절차가 번거롭고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처벌 수위도 낮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씁쓸해했다.


김씨는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개정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 교사들의 지침 중에는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범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수업 중 핸드폰을 하거나 잠을 자도 혼낼 수 없고 대들거나 폭언한 학생을 교실 밖으로 격리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이런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30대 고등학교 교사 이모씨도 "인권조례 전까지는 학생들의 인권이 걱정스러울 정도였고, 그래서 학생인권조례가 나왔지만 요즘은 온라인이나 뉴스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오히려 교사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위협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고 어른들을 존중하는 문화 자체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자기 멋대로 비행만을 일삼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어 보기만 해도 무섭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한모(34세)씨는 "우리 고등학생 때만 해도 선생님들에게 머리채 잡히고 손바닥 맞거나 엎드려 체벌 받는 것은 일상이고 다반사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교권이 그렇게 위협당하는 것 같다"며 "요즘 아이들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을 보면, 속된 말로 막장이 따로 없다"고 걱정했다.


윤모(63세)씨는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도 안 된다는 말이 있는데, 뉴스에서 보이는 요즘 학생들의 행태는 그런 존중 자체가 아예 사라진 것 같다"며 "하나만 낳아 무조건 감싸고 애가 원하면 불법도 서슴지 않고 다해주는 가정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한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