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 무엇인가를 고치겠다는 태도 너무 안일해"
"경찰 조직의 수장들이 마이크 앞에서 언론플레이 하기에 앞서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부터 해야"
"경찰이 궁둥이 붙이고 앉아 시간만 때우는 교육 말고 제대로 된 훈련을 과연 받았을까"
"미국처럼 흉악범죄 강력 대처하게 해야…툭하면 과잉대응 했다고 시말서 쓰는 조직문화 바꿔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현장에서 경찰이 이탈하고,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신변보호대상 여성이 경찰의 늑장 대응 끝에 사망한 사건들과 관련해 해당 경찰관들이 해임되고 총책임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한편, 총체적 개선방안까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위모(25)씨는 "대학생때부터 자취를 해왔고 혼자 사는 만큼 무슨 일이 생기면 '빨리 경찰을 불러야지'하는 생각마저 없어지게 했다"며 "이번 사건들로 무력해지는 기분이라 경찰이 무언가를 보완하겠다는 말들도 허울뿐인 것 같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모(21)씨는 "이번 사건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경찰이 행해왔던 전반적인 일들 때문에 '경찰을 믿고 과연 치안을 맡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예전에도 스토킹이나 신변보호 관련 살인이 나고 늑장 대응하던 문제들이 떠오르는데, 항상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 무엇인가를 고치겠다는 태도가 너무 표면적이고 안일한 것 같다"며 분노했다.
충무로의 한 회사에 다니는 조모(30)씨는 "층간소음 사건도 그렇지만, 스토킹처벌법이 10월에 도입됐는데 전 남자친구한테 피살된 사건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인데도 경찰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닌가 싶다"며 "앞으로 경찰이 구조적인 개조를 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너무 쉽게 보고 판단하는 인식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직장인 박모(32)씨 역시 "지금까지 아무리 민원이 들어와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경찰들이 일이 터지고 나면 항상 기자회견을 갖고 머리를 숙이고 바꿔나갈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며 "시스템을 강화하고 새로운 지침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도 좋고 국민한테 사과하는 것도 좋지만, 경찰 조직의 수장들이 마이크 앞에서 언론플레이 하는 것에 앞서 직접 피해자들에게 사과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사회복지사라고 밝힌 정모(36)씨는 "과연 경찰이 본인 업무를 위해 궁둥이 붙이고 앉아서 시간만 때우는 교육 아닌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았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다"며 "사회복지사도 보수교육이란 것을 받는데 경찰은 보수교육은 받는지부터 궁금하고, 이번 일로 경찰이 시스템을 개조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개조될 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윤모(23)씨는 "경찰이 바꾸겠다는 방침이 너무 인사치레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며 "온라인커뮤니티의 댓글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 같은 국가에 비해 흉악범죄를 강력하게 대처하는 권한이 작다고 하던데, 툭하면 과잉대응 했다고 시말서나 쓰게 하니깐 경찰도 강하게 대응을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조직문화부터 바꿀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박모(60)씨는 "경찰이 있는데도 결국 가족은 가장이 홀로 지켜냈다는데, 경찰이라는 직업이 과연 무슨 쓸모가 있나 싶다"며 "말로만 바꾸겠다, 고치겠다 하는데, 과연 국민들이 믿을 것 같은가"라고 되물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박씨는 "뉴스에서 떠드는 수사권 쟁취가 우선이 아닌, 시민부터 제대로 지키는 업무를 이행해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