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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살인도구가 되다 [김효숙의 쑥덕쑥덕]


입력 2022.02.17 07:00 수정 2022.02.17 10:5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유튜버 잼미 '악플 고통'으로 생 마감…가해자 강력처벌 청원 20만 돌파

1년새 사이버불링 범죄 16% 늘어…'악플방지법' 다수 상임위서 계류

상임위서 제대로 논의 없어…입법 권한 가진 국회가 제대로 일해야

BJ잼미 사건 관련 유튜버, 악플러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악플 등 온라인 괴롭힘(사이버불링)에 시달리던 유튜버 잼미(본명 조장미)와 프로배구 김인혁 선수가 연이어 비보를 전했다. 이들을 모두 생전에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째 반복되는 비극에 국민 공분도 들끓고 있다. 잼미를 죽음으로 몰고간 가해자들을 강력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4일 20만명을 넘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악플, 사이버불링으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가수 설리, 구하라에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도 배구선수, 유튜버들이 지속적 온라인 폭력에 고통을 호소하다 생을 마감했다. 사회 전체 사이버불링 범죄도 심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온라인상 명예훼손·모욕 스토킹 사건은 2019년 1만6658건에서 2020년 1만9433건을 1년 사이 16.7% 늘었다.


국회도 '악플 비극'을 막기위해 수차례 법안을 냈다. 본인 확인을 거친 아이디, IP주소를 공개)'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 준실명제'(박대출 의원안), 온라인 모욕으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경우 가해자에 대해 자살방조죄와 비슷하게 처벌하자는 안(전용기 의원안), 중대한 심리적 침해를 받은 댓글 게시판은 운영이 중단되는 안(양기대 의원안) 등이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국회에서 결과물로 탄생한 법은 하나도 없다. 이유는 슬플 만큼 간단하다. 국회의원 다수가 크게 관심이 없어서다.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은 "솔직히 말하면 사건 당시에만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고 관심이 가라앉으면서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물론 표현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이 담긴 법안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만드는 데 신중할 필요도 있다. 특히 '인터넷 준실명제'의 경우 인터넷기업협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각각 위헌 가능성,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국회가 악플, 사이버불링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조차 없다는 점이다. 한 법안은 2020년 발의된 이후 2년간 상임위인 정보통신위에서 단 한 차례 논의도 거치지 못했다. 상임위 회의록을 보면 '악플 방지' 법안들이 이렇게 언급도 되지 않은 채 2~3년째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표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조심스럽다면, 사이버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법정교육(태영호 의원안), 스스로 정보를 선별해 인식하는 리터러시 교육 등 최소한의 대안을 논의할 수 있었다. 국회가 '나 몰라라'하는 사이 여럿이 목숨을 끊었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 직무유기다.


'잼미 사건'에 대한 강력 처벌을 원하는 청원인들이 20만명이 넘었으므로 청와대는 이에 대한 답을 할 것이다. 안타까움을 표할 것이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권한과 의지를 가진 곳은 결국 국회다. 청와대조차 국회가 만드는 법을 근거로 행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 사이버 폭력도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다. 이미 수차례 안타까운 생명이 스러졌다. 졸속 입법도 경계해야 하지만 정쟁, 권력쟁취에만 골몰하는 국회가 범죄를 방치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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