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공소장 유출' 관련해 공수처 파견 경찰이 수사보고서 작성·결재
전 수원지검 수사팀 "파견 경찰의 수사 참여는 위법" 주장…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 제출
법조계 "파견 경찰이 행정업무만 하라고 파견되는 것인가? 수사 보좌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
"단지 행정업무로 파견된 경찰인력이면 위법…파견 경찰이 공수처 수사관에 포함됐는지 확인이 중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전 수원지검 수사팀을 압수수색하는 과정 중 파견 경찰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7월 "이 고검장의 공소장이 기소 전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공수처에 파견됐던 A경위가 작성한 뒤 B경정이 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B경정의 경우 해당 수사와 관련해 직접 대검 압수수색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 수원지검 수사팀은 "파견 경찰의 수사참여는 위법"이라며 공수처 압수수색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보고서의 작성·결재자가 파견 경찰 명의로 된 것을 놓고 "압수수색 자체가 위법이라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라며 "재판부에서도 파견 경찰 대목을 그대로 공수처에 석명(사실을 설명하여 내용을 밝힘) 요청했다.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수사관 정원에 포함되는 검찰 파견 수사관과는 달리, 행정기관에서 행정업무를 위해 파견된 경찰은 수사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수처법 44조에는 '공수처가 필요한 경우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위법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공수처법에 다른 행정기관 인력의 파견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을 뿐 아니라 파견 경찰은 행정업무만 하라고 파견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수사를 보좌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이고 이 이유가 아니라면 경찰을 파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인사도 "위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너무 많은 수의 인력을 파견받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가 누설되거나 공수처가 너무 비대해지는 등 여러 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사관의 역할을 임명받지 않은 파견 경찰이 수사 과정에 참여했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인 고영주 변호사는 "파견 경찰이 공식적으로 공수처 소속의 특별사법 경찰로 지명받았다면 문제가 없지만 단지 행정업무로 파견된 인력이라면 위법"이라고 전제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수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측이 파견 경찰 수사 참여 부분을 문제 삼는 일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수사에 참여한) 파견 경찰이 공수처 수사관에 포함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함되지 않았다면 수사를 할 수 없는 수사관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재한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1월 5일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이라는 취지의 준항고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검사 및 수사관 정원을 제한한 공수처법 취지에 어긋난 파견 경찰공무원들이 압수수색에 참여한 점 등을 준항고 사유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준항고 사건 관련 답변은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며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기관이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