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사형 애걸했지만…이별 통보 전 여친 무참히 살해 '조현진' 징역 23년

재판부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저항·딸의 비명 듣고 있는 어머니 앞에서도 주저함 없어"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 감히 가늠하기 어려워…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충격 회복 불가능"

"다만 초범인 점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 피고인의 나이 고려해 양형 선고"

유족 "딸이 보고 싶다…제발 '법정 최고형' 내려 달라"…앞서 검찰, 무기징역 구형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조현진이 지난 1월 21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천안동남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조현진(27) 씨에게 징역 23년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4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23년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조 씨는 지난 1월 12일 오후 9시 40분쯤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 여성의 집을 찾아가 화장실에서 피해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조 씨는 이별 통보를 수긍한 듯 짐을 찾으러 간다며 흉기 구입 후 옷에 숨긴 채 수차례 휘둘렀다"며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저항이나 딸의 참혹한 비명 듣고 있는 피해자 어머니 앞에서도 어떠한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고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진해서 수사기관에 신고도 안 했다"고 판결문을 통해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는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유족들은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받아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초범인 점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 피고인의 나이 등을 고려해 양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 후 피해자 유족은 "보고 싶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혼자 있으면 또 생각이 나고 눈물이 흐른다.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는 것이 바램이었다"며 울먹였다. 이어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15년, 20년, 30년 등 이런 것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는 것이 바램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조 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게 보였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 높다"며 "피해자의 다른 유족들은 비극 속에서 살아가게 되고, 조 씨는 진정으로 사죄하며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엄중한 형사처벌로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시 조 씨의 변호인은 변론을 통해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러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고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과거 불우했던 가정사를 겪었고 도주하지 않았으며,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조 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죄송하다"라는 짧은 말만 남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