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버스로 테스트베드 도로 주행
앞차 상황 파악해 속도 줄여주고 ‘경고’
교통사고 ‘절반’…통행속도 30% ‘향상’
짐을 잔뜩 실은 대형 화물차. 도로에서 되도록 피하고 싶은 대상 중 하나다. 몸집이 큰 탓에 급제동을 해야 하는 돌발상황에도 한참을 더 가야 멈춰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뒤에서 달리던 차가 그대로 화물차를 들이받는 연쇄 추돌이 생길 수 있다.
KT가 울산에 구축한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도로에서는 이런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통신기술을 활용해 앞차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덕분이다.
11일 KT 자율주행버스와 함께 울산 이예로에 구축된 C-ITS 테스트베드 도로를 달렸다.
KT는 울산 이예로, 삼산로 등 18개 주요 도로 142.6km 구간에 차량-사물(V2X) 통신 기술을 접목했다. C-ITS 단말기가 설치된 차량은 총 2700대다. 차량과 차량은 물론 차량과 도로 위 각종 인프라 간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했다.
울산의 C-ITS 콘셉트는 ‘화물차 안전 도로’다. KT는 산업도시인 울산 특성에 맞춰 화물차 과속방지 경고, 권장운행시간 초과 알림 등 28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버스가 도로에 들어서자 앞쪽에 달린 모니터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차가 진입해도 되는 부분, 빨간색은 접근하면 안 되는 곳으로 구분된다. 도로 위의 사람과 사물들은 박스 처리돼서 움직인다.
바로 그 순간 울산교통관리센터에 마련된 관제센터로 차량과 도로가 수집한 정보가 실시간 전달됐다. 센터는 현재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이 몇 대인지, 돌발상황은 없는지 파악해 차량들에 쏴주는 ‘두뇌’ 역할을 맡는다.
이날 도로에는 울산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시연하기 위한 실시간 돌발상황들이 펼쳐졌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율주행 중 화물차와의 일정 거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제동하는 기능이었다.
안전을 위해 미리 섭외된 화물차가 버스 앞에서 속도를 급격히 줄이자 버스가 알아서 이를 파악하고 속도를 줄였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화면에는 요란한 알림음과 함께 ‘급정지차량 주의’라는 안내문과 앞 차와의 거리를 알려주는 숫자가 떠올랐다. 당시 버스 속도는 70km/h. 몸이 앞뒤로 요동쳤지만 큰 사고를 면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날 차량에 함께 탑승한 박성균 KT엔터프라이즈부문 스마트모빌리티 태스크포스(TF) PM은 “화물차의 경우 제동 거리가 길어서 사고 방지 효과가 크다”며 “급제동에도 근접이 아닌 300m 전방에서 긴 제동거리를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탄 버스는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의 고속주행 임시 면허 허가를 받은 차량으로 최대 80km/h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도로에 공사중인 상황도 연출됐다. 차량이 공사현장을 지나가자 경고 안내문이 떴다. 도로 곳곳에서 이처럼 실시간 알림이 가능한 비결은 간단하다. 작업자가 이동형 단말기 형태의 휴대용 공사 장치를 가져가 켜두면 단말과 통신이 연결되면서 주변 차량에 공사 구간임을 알려주는 구조다.
이외에 주행을 편리하게 하는 몇몇 기술도 돋보였다. 신호등 대기 신호가 몇초 남았는지, 막히는 구간은 어디이며 몇분이 소요되는지 화면에 모두 표시됐다. 차량 주행 중 노란불이 켜져서 신호위반 딱지를 끊을지 말지 애매한 순간, 가지 말고 다음 신호에 건너라며 잔소리 해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
만약 내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뒤차에 알리고 싶으면 비상깜빡이를 누르고 정지하면 된다. 그냥 정지하거나 서행 시 뒤차 속도가 위험하면 내 차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울산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 기능도 있다. 건널목에서 보행자 유무를 판단하고 만약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하면 자동으로 보행신호를 연장해준다. KT가 국내 최초로 울산에 적용했다. 경찰청 허가를 받아 최대 6초까지 안전하게 연장이 가능하다.
KT는 울산 전체 차량에 단말기가 설치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통행속도가 약 30% 증가하고 교통사고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며 교통혼잡비용이 28%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전국 도시로 이러한 시스템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최강림 KT 인공지능(AI)모빌리티사업단장 상무는 “KT는 제주, 울산 등 국내 최대 규모의 C-ITS 사업을 수주한 사업자로 올해 3월까지 총 7개의 사업 수주를 완료했다”며 “국토교통부 주관 사업이 2027년까지 약 832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올해 예정된 10여개의 사업 중 절반 수주를 목표로 제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여 곳 넘는 지자체에서 수행해 온 C-ITS, ITS, 자율주행 사업의 구축·실증 경험으로 기술을 축적해 독보적인 교통 디지털 전환(DX)솔루션을 개발했다”며 “강소기업들에 기술을 제공해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대한민국의 지능형 교통체계를 이끌어 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