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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갑자기 시끄러워졌다"…삼각지역 13번 출구, '집회 1번지' 급부상


입력 2022.05.14 07:03 수정 2022.05.13 21:3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청와대 인근 1인 시위자들, 윤석열 대통령 용산 집무실 앞으로 대거 이동해 시위

삼각지역 13번 출구, 집회 신고 가능한 곳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워 '인기'

13번 출구 인근 주민들 "도로 점거 발생하면 차도 막히고 매우 불편할 것 같아"

"가게 바로 앞서 3~40명 집회, 장사에 심각한 지장…시위자들, 손님으로라도 오지말길"

13일 오전 10시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13번 출구 인근 인도에서 1인 시위자들이 자리를 잡고 시위하고 있다.ⓒ데일리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용산 시대가 개막하면서 삼각지역 13번 출구가 새로운 '집회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집회 신고가 가능한 곳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데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허용하면서 이 일대가 각종 집회와 시위로 혼잡해질 것으로 전망되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불편한 심기와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13일 오전 10시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13번 출구 인근 인도에는 별도의 집회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 1인 시위자들이 서 있었다. 청와대 앞에서 5년 간 1인 시위를 하다 용산 집무실 앞으로 자리를 옮긴 우모(79)씨는 "대포통장 사기 피해를 당했는데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아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사법 피해를 주장하는 심모씨도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다 왔다.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법원의 판결에도 경찰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유지하기로 한 이날 현장에는 경찰 질서유지선이 설치돼 있었다.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도 집회·시위를 관리하기 위해 곳곳에 배치됐다. 한 1인 시위자가 질서유지선 밖으로 나가 "윤석열 대통령을 보게 이것(질서유지선)들 좀 치우라"고 수차례 요구하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가 점점 늘고 있고, 인근 시민들로부터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각지역 13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1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당장 14일 성소수자 단체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집회를 갖게 됐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유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이다.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입근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를 유지하기로 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도로에 경찰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뉴시스

인근 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삼각지 인근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이모(57)씨는 "조용했던 동네가 시위때문에 시끄러워졌다"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산책을 나온 주민 송모(73)씨도 "전쟁기념관 인근에 갑자기 집회와 시위가 많아져 동네가 시끄러워졌다"며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앞으로 대규모 집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니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도로 점거가 일어날 경우 차도 막힐 것 같아 매우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주변 상인들도 집회·시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각지역 주변에서 커피점을 3년간 운영해 온 양모(48)씨는 "인도도 공간이 협소한데 전날 가게 바로 앞에서 3~40명 규모의 집회가 열려 황당했다"며 "점심시간 무렵 단골들도 들어오지 못하고 그냥 가고, 시끄러워 문을 닫아두기도 했다. 도로까지 점령하면 피해를 정말 많이 보게 된다. 집회하시는 분들도 사정이 있겠지만 피해를 보상해줄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손님 중 80%가 전쟁기념관을 갔다가 오시는 분들인데 주말에도 집회를 한다고 그러면 장사에는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며 "집회가 열릴 때마다 경찰들이 항상 도로를 다 막는데 그럼 준비를 다 해놓고도 '오늘은 완전히 공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이어 "시위하시는 분들이 손님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솔질히 가게에 손님으로도 아예 안 왔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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