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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키는데 68억 기부…라이엇게임즈, 조선왕실 유물 ‘보록’ 또 환수


입력 2022.07.27 12:26 수정 2022.07.27 15:44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조선왕실 인장 외함...주인 식별 아직은 불가능

조선왕실 정통성과 역사성 상징해 높이 평가

라이엇게임즈, 환수기금 투입... "비용 적지 않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 27일 오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 집' 민속극장에서 왕실 유물 '보록'을 공개했다.ⓒ민단비 기자

라이엇 게임즈가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에 다시 한번 성공했다. 지난 2014년 국외 문화재를 처음 환수한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로, 금번 환수된 유물은 조선왕실의 인장을 넣는 통을 보관하는 외함인 ‘보록’이다. 국외 문화재 환수에 기금을 적극 투입하는 민간 기업이 해외 게임사인 라이엇 게임즈인 만큼 더욱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선왕실 인장 외함 ‘보록’… “주인 알 수 없어 연구할 것”


글로벌 히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 중인 라이엇 게임즈는 27일 오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 집’ 민속극장에서 언론공개회를 통해 6번째로 환수에 성공한 국외소재문화재 ‘보록(寶盝)’을 소개하고 해당 문화재의 환수 경위, 경과 등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와 최응천 문화재청장, 채수희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 김계식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왕실 유물 ‘보록’은 조선 왕실의 인장인 ‘어보’를 넣는 ‘보통’을 보관하는 외함이다. 당시 문화와 생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재로 평가된다. 특히 많은 이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량 제작한 것이 아닌, 왕과 왕비를 위한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된 만큼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이번에 돌아온 유물은 왕이나 왕비를 기리며 왕실 도장을 보호하는 이중함 중 바깥 상자”라며 “현재 보록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 활발한 연구를 통해 그 실체가 보다 명확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측에 따르면 보록의 주인은 현재로선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임진왜란 이후인 1600년대부터 순종대까지 300여년에 걸쳐 제작된 모든 보록은 같은 형태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대별 양식의 차이가 있을 뿐 형태는 모두 같다. 게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보록이 낡으면 재제작, 수리 등을 거치면서 보록의 형태가 변형되면서 유물의 주인을 파악하기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주칠이 되어있어 왕과 왕비의 인장을 보관하는 외함인 보록으로 파악된다. 보록은 주칠로, 세자와 세자비 인장 보관함인 인록은 흑칠이 되어있어 외관상 차이가 있다.


라이엇 게임즈, 환수 기금 마련 역할… “현재까지 10억 이상 사용”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 27일 오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한국의 집' 민속극장에서 왕실 유물 '보록'을 공개했다.ⓒ민단비 기자

조선왕실 문화재 보록의 환수 경위는 이렇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12월 보록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그 당시 보록은 영국 법인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후 판매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재단은 보록의 국내 귀환을 위해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관련 검토를 거쳐 매입을 추진했다. 소장자에게는 한국 귀환의 당위성을 전달하며 설득했고, 그 끝에 이달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소장자를 설득하는 것을 비롯, 국내 환수 절차 전반에 걸쳐 지원했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총괄은 “라이엇 게임즈는 문화재 분야에선 문외한이다. 제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며 놀이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기 때문에 문화의 뿌리인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관련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문적인 과정에 나서는 것은 무리”라며 “문화재 환수는 민간 자본으로 빠르게 지원 사격이 이뤄져야 하는 경우도 있어 수십억원의 문화재 환수를 위한 기금을 준비해 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외국계 기업임에도 불구 지난 2012년부터 ‘한국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지속해 왔다. 대표적 놀이 문화인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기업으로서 우리 문화의 뿌리인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다. 문화재청과 후원약정을 체결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 평균 5억원 이상을 기부하면서 해당 사업을 지원해왔다. 국외 문화재 환수는 그 사업들 중 하나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6월까지 총 다섯 번의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앞서 환수된 국외 문화재는 ▲석가삼존도(2014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2018년) ▲척암선생문집 책판(2019년), ▲백자이동궁명사각호(2019년) ▲중화궁인(2019년) 등이다.


구 총괄은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누적 기부금은 총 68억원이 넘는다. 국외문화재 환수에는 20억원이 넘는 기금을 할당했으며, 지금까지 여섯 번의 환수를 하는 데 10억원 이상이 사용됐다”며 “이번 유물 구매에도 적은 예산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를 통해 8월 중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해당 전시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환수를 지원한 3종의 유물도 포함돼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으로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대표는 대독을 통해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한 지 만 10년이 넘었는데 오늘 같은 뜻깊은 자리는 파트너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민간기업이 참여하기 힘든 환수 영역인만큼 국외소재문화재를 제자리에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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