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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TV 속 판타지에 만족 못하는 시청자들…유튜브 ‘초현실주의’ 뜬다


입력 2022.07.31 14:23 수정 2022.07.30 17:4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예능과 드라마에는 자연스럽게 현실이 반영된다. 특정한 현실을 반영해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고, 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자 곧 숙제가 된다.


그러나 최근 방송 콘텐츠들의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포장’과 ‘판타지’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방송에 담기지 않은, 또는 담기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의 대표 장수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지금은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성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일요일 오후 방송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금요일 저녁으로 옮기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반등을 하지 못했다.


2013년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의 귀여운 면모와 아빠들의 서툰 육아 도전기가 공감을 선사했었다. 다만 이제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리얼 육아’를 표방하면서도 예능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육아의 행복하고 긍정적인 순간들을 부각하게 되고,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까지도 받고 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예능이나 현실 반영을 통해 메시지를 남기는 드라마 등 ‘현실감’이 중요한 콘텐츠일수록 이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관찰 예능은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이며, 색다른 시도조차도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혹평의 주요 원인이 되곤 한다.


최근 웨이브에서 공개 중인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의 진솔한 마음을 확인하는 ‘남의 연애’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라는 점에서 과감한 시도라며 기대를 모았지만, 출연자들의 말랑말랑한 감정에만 집중하면서 마치 BL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도 이 드라마가 내포한 ‘판타지’가 갑론을박의 이유가 되고 있다. 우영우를 향한 편견의 시선들을 짚으며 잘못된 인식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하지만, 우영우가 지나치게 영웅화됐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의 진짜 현실은 지워버렸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가족들이 보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유튜브상에서는 날것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초현실주의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한 육아 예능이 TV 플랫폼에서는 저물고 있지만, 김나영의 ‘노필터’, 이지혜의 ‘밉지 않은 관종언니’, 도경완의 ‘도장TV’ 등 연예인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육아 콘텐츠는 유튜브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연예인들도 유튜브를 통해서는 좀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진한 공감대를 형성 중인 것. 물론 유튜브 콘텐츠 역시도 선택된 내용만 담긴다는 점은 같지만 때로는 육아 고충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생활밀착형’에 방점을 찍고 있고, 이것이 이 콘텐츠들의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


때로는 TV가 미처 담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다룬 ‘원샷한솔’을 비롯해 루게릭병 투병 중인 ‘삐루빼로’ 등 장애인 유튜버는 물론 퀴어 유튜버 조송 등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면서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포장됐던 진짜 현실을 엿보게 되는 것. 나아가 이들이 어떤 불편을 느끼고 있고, 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좀 더 깊게 체감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재미’를 통해 몰입을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체득하게 하는 예능, 드라마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는 다큐에 가까운 유튜브 콘텐츠의 역할은 다르다. 그러나 브이로그와 같은 초현실주의 콘텐츠들은 리얼한 현실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TV 콘텐츠가 줄 수 없는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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