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신당역 스토킹 살해 ①] "회사가 죽음으로 내몰아…근무지도 너무 쉽게 노출"


입력 2022.09.20 05:20 수정 2022.09.19 19:3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교통공사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주간 19일~30일 진행

시민들 끝없는 추모 발길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여성 혐오 살인 생각 들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에게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

"엄마에겐 딸이 있어야 하는데…딸 잃은 엄마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진짜 가슴 아퍼"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5일째인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역내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이 평소 자신을 스토킹하던 동료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지 5일째인 19일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주간을 이날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벽면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역무원 A(28)씨를 추모하며 쓴 포스트잇 메시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죄 없는 여자들 좀 그만 죽여라' '여성의 목숨의 무게는 남성의 목숨의 무게와 이토록 다른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등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또 여자 화장실 입구에 붙어 있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女幸) 화장실' 팻말 위로 '거짓말'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도 눈에 띄었다.


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해 여성들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모(24)씨는 "처음 스토커 살인이 아닌 줄 알았을 때는 '내가 죽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토킹 살해 사건의 정황을 알고 난 뒤에는 여성 혐오 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가 혼자 그 밤에 순찰했는데 애초 2인1조로 갔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사건인데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5일째인 19일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 추모공간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신당역 1번 출구 인근 꽃집에서 국화꽃을 사 왔다는 박소연(22)씨는 "남 일 같지 않았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에게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마땅히 추모하러 와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 부천시 심곡동에서 추모를 하러 온 무복진(71)씨는 "안타깝고 눈물이 많이 나서 전철타고 혼자 와봤다"며 "나도 딸, 외손녀 있는데 너무 안됐더라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신당역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21)씨는 "같은 20대로서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가져 왔는데 고인도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스타벅스 마카롱과 파이를 사왔다"며 "화장실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인데, 피해자에게도 일상적인 일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에게 다음 생엔 안전한 세상에 태어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5일째인 19일 서울 중구 신당역 역내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노원구에 거주하는 박경애(70)씨는 "딸을 가진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정말 먹먹해 추모하러 왔다"며 "엄마에겐 딸이 있어야 하지 않나. 딸 잃은 엄마가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진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회사 동기인 김모씨는 "회사가 동기를 죽음으로 내몬 것 같아 원망스럽다"며 "근무지도 너무 쉽게 노출돼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너무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모르는 사이지만 추모하고 싶었다"고 착잡해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전씨는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피해자를 뒤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하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