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및 마을 주민들 분통 "화성은 성범죄 트라우마 남은 곳…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보내 달라"
박병화 가족, 계약 당시 "조카 거주할 것"이라며 박병화 이름 도장 찍어
법조계 "계약 해제 통보 가능…세입자 피해 예상되면 사전 고지해야"
"이미 입주한 상태라 퇴거 불응시 명도 소송 진행해야…법적 절차에만 수개월 걸려"
일명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박병화(39)의 가족이 경기 화성시 봉담읍 한 대학가 원룸에 임차 계약을 하면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 대리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는 계약 자체가 위법해 계약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병화가 거주할 원룸 주민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은 박병화의 입주 소식에 분통을 터뜨리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
박병화 가족은 지난 25일 화성 모 대학교 앞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12개월짜리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 가족은 "조카가 거주할 예정이어서 대신 계약하러 왔다"며 임차인 성명란에 박병화라고 적고, 박병화 이름으로 된 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31일 박병화의 임대차 계약서 사본을 확보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박병화의 강제퇴거 조치 방법을 찾겠다"고 밝히고, 일단 임대차 계약 자체가 위법했다는 논리로 계약을 무효로 한 후 박병화가 관내에서 거주하지 못하도록 퇴거시킬 방침이다.
박병화 원룸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뉴스를 보지 않아 '박병화'라는 이름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그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며 "가족이라고 하니 관례상 위임장 없이 대리 계약을 중개했는데, 이 부분에 잘못이 있다면 처벌은 달게 받겠다. 내가 처벌받더라도 퇴거는 꼭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지역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박병화 가족과 건물주 간 임대차 계약은 당사자 간의 계약이 아닌데다 위임장이 없는 계약인 만큼 건물주는 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 있다"며 "임차인이 이미 점유(입주)했다고 하더라도 점유 자격이 없으므로 퇴거 조치는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 시장은 성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대상인 임차인이 공동주택 건물에 입주하면 건물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힐 여지가 충분한데도 계약 과정에서 중요 신상 정보를 사전 고지하지 않은 것은 기망 행위에 의한 위법한 계약 내지 신의칙 위반으로 볼 수 있어 이 또한 계약 무효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물주 가족은 "계약 당시 성범죄자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병화가 오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성시와 함께 강제 퇴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병화가 이미 원룸에 입주한 상태여서, 건물주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더라도 소송 없이 강제로 퇴거시키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아무리 계약 과정에 위법의 여지가 있었더라도 임차인 입장에선 수감 중 직접 오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한 돈을 지불하고 입주한 상황"이라며 "임차인이 퇴거에 불응한다면 건물주가 명도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데 이런 경우 법적 절차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박병화가 거주하게 된 원룸 앞 골목은 몰려든 시민들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은 한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원룸촌으로, 골목길을 따라 3∼4층 높이의 원룸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주로 학생들과 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입주해 있다.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도 한 곳 있다.
인근 원룸 주인은 "이곳은 젊은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이 저렴한 방을 찾아서 모이는 곳"이라며 "혼자 사는 여학생들도 많은데 불안해서 원룸 관리를 어떻게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원룸 주민은 "시나 기관에서는 아무 연락도 못 받았고 경찰들을 몰려들길래 무슨 일이 난 줄 알았다"며 "사람들이 불안해서 방을 구하러 오겠나"고 한탄했다.
인근 원룸에 사는 한 주민은 "화성시는 과거 이춘재 연쇄 살인과 여러 성범죄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남은 곳"이라며 "또다시 주민들이 불안할 일이 없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박병화 거주지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여성·청소년 강력팀 3명을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치안 관리에 나선다. 또 주거지 주변에 대한 방범 진단을 실시, 지자체와 협조해 폐쇄회로(CC)TV 등 범죄 예방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또한 박병화 거주지 앞에 순찰초소를 설치해 시 기동 순찰대, 보호관찰소 관계자, 경찰이 상시 주둔하며 순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