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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현장서 무 뽑듯 시민 30명 구한 흑인 영웅들...알고 보니


입력 2022.11.04 14:44 수정 2022.11.04 14:44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30여 명의 시민을 구조하고 사라진 흑인 남성들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들은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주한 미군으로 밝혀졌다.


지난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청북도 청주에 사는 20대 A씨는 본인의 이태원 참사 미담 사례가 보도된 후 그를 구해준 은인을 찾았다.


A씨는 "3명의 미군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힌 이태원 참사 상황과 구조 활동 등이 내가 경험한 일들과 똑같이 일치한다. 내가 찾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9일 친구들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해밀톤호텔 인근 좁은 골목에서 넘어져 15분가량 깔렸다가 건장한 흑인 남성이 자신을 밭에서 무를 뽑듯이 구조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흑인 남성은 키 182㎝·몸무게 96㎏인 A씨를 들어 올려 골목 옆 술집으로 옮겼고, 이후 다른 외국인 2명과 함께 계속 사람들을 구출했다.


A씨는 "이들 외국인 3명은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으며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민들을 도운 의인들의 정체는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근무하는 자밀 테일러(40),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타스(32) 등 3명의 미군이었다.


이들 3명은 주말 비번을 맞아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 당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을 걸었고 양쪽으로 밀려드는 인파에 휩쓸렸다고 한다.


위기감을 느낀 셋은 벽을 타고 간신히 주변 난간으로 피신했지만, 곧바로 벌어진 광경은 참혹했다. 시민들이 인파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던 것.


테일러는 "우리가 군중에서 빠져나온 뒤 잠시 후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서로의 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며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고 상황은 더 악화됐다. 비명소리가 모든 소리를 삼켜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세 사람은 즉각 시민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인파 속에서 꺼내 근처 상가와 클럽으로 대피시켰다.


구조대원들이 즉각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도록 희생자들을 넓고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비타스는 "우리는 밤새 깔린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는 "우리는 덩치가 큰 덕에 빠져나왔지만 바로 상황이 악화하며 재앙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A씨는 "우리가 갇혔던 곳은 골목의 중간 위치여서 구급대가 제일 늦게 접근한 곳이고 구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군들이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선 덕에 인명피해가 줄었다.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준 그들을 꼭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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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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