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中 무역통한 개혁유도 끝나버린 순진한 발상"
"中, 국가권력 지렛대 삼아 영향력 확대해"
中 항의시위 취재 중 폭행당한 BBC 기자 사건 거론
"中 권위주의 확산하며 심각해져…우려제기할 것"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중국이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위협하고 있어 양국간 '황금 시대'는 끝났다고 연설했다. 해당 연설은 영국 공영방송인 BBC 소속 에드 로렌스 기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봉쇄정책 항의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공안에게 폭행을 당하고 구금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주요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은 의식적으로 모든 국가 권력을 지렛대 삼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머런 시절 영국-중국의 이른바 황금시대는 무역이 (중국의) 사회·정치적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과 함께 끝나버렸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이 중국과의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경제적 유대를 가지던 2015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재임시절 양국 관계가 황금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발표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이른바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더 친밀해지며 영중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은 수낵 총리가 재무장관 시절 양국 경제교류 확대와 중국 인권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해 대중 관계에 있어선 온건파라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수낵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무산되는 등 대중 태세가 강경 노선으로 변해가고 있다.
다만 수낵 총리는 "글로벌 경제 안정성이나 기후변화 등 사안과 관련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단순히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국가도 이같은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영국은 현상유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웅장하기만 한 표현이 아닌 굳건한 실용주의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수낵 총리는 또 지난 27일 BBC 방송의 로런스 기자가 중국에서 제로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현지 공안에 붙잡혀 폭행당한 것과 관련해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해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도전은 중국의 권위주의가 강화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총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던 기자를 체포하는 충격적인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국은 시위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건설적인 관계의 일환으로 중국에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해당 기자가 스스로 언론인이라고 밝히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는 "상하이 관련 당국으로부터 파악한 바, 그는 자신을 언론인이라고 밝히지 않았고, 언론 자격 증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며 "중국에 있는 동안 중국 법률과 규정을 따르라"고 말했다.
한편 수낵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내년에도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확대해 나갈 것이며, 방공 시스템도 새롭게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