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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반복되는 현장실습생의 비극…반성과 책임 묻는 영화들


입력 2023.02.09 11:18 수정 2023.02.09 11:1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다음 소희', 지난해 국내 영화 최초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열악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에 놓여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2016년 현장실습 졸업생이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시스템이 재정비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전히 변화는 미미하다.


2017년 1월 콜센터에 실습 나간 여학생이 실적 압박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1월, 공단 업체의 현장실습생이 사내 괴롭힘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7년에는 생수 제조업체 현장실습생이 제품 적재기에 끼어 사망했으며, 2021년에는 요트업체 실습생이 잠수 업무 중 사망했다.


여기에 참담함을 느낀 영화인들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정주리 감독은 '다음 소희', 신수원 감독은 '젊은이의 양지'를 통해 사회의 어른들에게 책임과 반성을 묻는다.


'다음 소희'와 '젊은이의 양지'의 공통점은 콜센터 노동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여기에 놓인 현장실습생이 제대로 된 교육도, 안전 장치도 없이 감정 노동에 동반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콜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할 수 없으며, 수습이라는 이유로,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고객들의 욕설과 모욕적인 언행에도 웃어야 했고, 실적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줄 세우기 됐다.


'다음 소희'의 소희(김시은 분)와 '젊은이의 양지'의 이준(윤찬영 분)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학교에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학교는 필사적으로 학생이 일을 그만두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직장에선 콜 수로, 학교에서는 취업률이라는 숫자로 평가돼 현장실습생은 결국 사지에 몰린다.


유사한 소재를 가진 두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현장실습생의 비극을 따라간다. '다음 소희'는 여고생 소희와 형사 유진의 이야기로 1부와 2부가 나눠진다. 1부는 밝고 당찼던 소희가 콜센터에 출근한 후, 어떻게 시들어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기 있던 얼굴은 파리해져 가고, 고객들로부터 폭언을 들어도 인터넷 상품을 기계적으로 팔기 시작한다. 결국 소희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그의 뒤를 따라가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유진의 이야기가 2부를 장식한다.


소희의 죽음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찾기 위해 학교, 콜센터, 교육청, 노동청을 찾아가지만 유진이 겪는 건 노동자로서 소모품 취급을 받는 소희의 현실을 향한 무력감이다.


같은 소재의 '젊은이의 양지'는 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 준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의문의 단서를 따라가는 센터장 세연의 뒷모습을 담았다. 준은 화장실 때도 보고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 콜을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기저귀를 차고 일을 하고 있다. 센터장 세연은 준이 기댈 수 있는 어른의 위치를 담당하지만, 실적 부진 압박 속에서 준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사실 센터장이라고 해서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사의 실적 압박 속에서 임금은 깎이고 승진으로 매번 희망고문을 당한다. 여기에 세연의 딸 미래(정하담 분)의 이야기가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젊은이의 양지'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센터장 세연의 시선을 통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이 따뜻한 양지에서 숨 쉴 수 있길 바라는 어른들의 반성이 담겼다.


'다음 소희'와 '젊은이의 양지'는 더 이상 이 같은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 기획을 시작, 오락적이나 상업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실화가 모티브인 만큼 현실적이고 처절하다.


정주리 감독은 "너무 늦었지만 지금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제가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상했지만, 책임 있는 사람들의 반성이 없다는 것이 참담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절망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의 일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알고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알아가며 어쩌면 저도 이 사건을 반복하게 만드는 사회 전체의 일원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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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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