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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증원 왜 반대하나요?…독일 의사들은 반깁니다”


입력 2023.06.22 06:00 수정 2023.06.28 09:20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독일 의대 입학생 연 5천명 증원 계획”

“의사들이 싫어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

‘의대 정원 17년째 동결’ 한국에 큰 시사

<복지부 출장단-동행기자단 특별취재>

토마스 슈테펜(Thomas Steffen) 독일 보건부 차관이 ‘보건복지부 출장단 및 동행기자단’에게 독일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일-스웨덴 공동취재단

“독일은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가 없습니다. 독일 의료계는 더 많은 의사가 공공의료 분야에 충원됨으로써 오히려 자신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 9일(현지시간) 토마스 슈테펜(Thomas Steffen) 독일 보건부 차관은 한국에서 날아온 ‘보건복지부 출장단 및 동행기자단’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의사 증원을 바라보는 독일 의료계의 시각은 의과대학 정원이 17년째 동결된 한국 의료계 시각과 사뭇 달랐다.


독일 전국 의대는 매년 신입생을 1만~1만2000명 수준 선발해온 것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의대 입학 정원을 추가로 연 5000명 늘리는 방안에 대해 독일 집권당과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30년부터 의사수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의 의료인력 부재도 의대생 증원 이유다. 슈테펜 차관은 “독일은 도시에 비해 지방 의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도시에서 시골로 의사가 가도록 해야 하는데 억지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보낼 방법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는 독일 의료계의 인식은 독일 공적의료보험 의료지원단(MD, Medizinische Dienst)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MD는 독일 내 각 의료보험조합이 부담해 설립한 공법인으로, 근무자 대부분은 의사, 간호사 등 공공보건 의료인들이다.


MD에서 근무하는 현직 의사인 에른스트 사이페르트(Ernst Seiffert)는 “의사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기존 의사들이 싫어하지 않는다”며 “그런 일은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독일은 전체적으로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 충원에 힘쓰고 있다”며 “이곳 브란덴부르크에도 얼마 전 의대 2개가 더 생겼다”고 설명했다.


독일 전국 의대 정원표. ⓒ독일연방보건부
‘의대 정원 17년째 동결’ 한국에 주는 함의는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의대 정원이 17년째 연간 3058명으로 동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에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충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사 파업 등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독일은 조합주의(16개주 별로 의료비용 지급), 한국은 통합주의(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비용 지급)에 토대한 의료보험이라는 구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두 나라 모두 국민이 내는 의료보험을 통해 운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결국 보험료를 더 늘릴 수 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독일이라고 해서 의사 증원에 사회적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의사 정원을 증원하면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슈테펜 차관은 “독일은 국민이 내는 의료보험으로 의사들이 돈을 받고 있으므로 (의사수를 늘리면)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며 “국민과 근로자가 50대 50 반반씩 내는 구조라 (의사 증원을 위한 보험료를) 너무 많이 내면 반대가 심할 수 있으므로 동전의 양면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의사 증원에 대한 양국 의사들의 관점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국민 의식 수준이나 사회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여진다”며 “우리나라 의사들은 기득권 측면에서 판단해왔다면 독일 의사들은 근무 환경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출장 동행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독일 의대의 경우 기존 1만명에 5000명을 추가적으로 증원하는 개념으로 가장 근본적인 명분은 고령화”라며 “스웨덴도 7개 대학에서 1200명 정도 의대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 스웨덴 인구가 1050만명이므로 한국으로 치면 의대 정원을 6000명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에게도 국민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타산지석이 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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