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작은 사회, 자세히 들어다봐야 정확한 문제 보여"
"학부모와 협력해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교권 보호 위한 입법, 교육의 본질 바로 세우는 계기 될 것"
"화해중재단 권고 거부하고 법적 해결시 학생부 기재해야"
1980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행정인으로의 길을 걷다가 16~18대 국회의원 3선을 지내면서 MB시절 대통령실장을 하는 등 권력의 실세를 점했던 임태희 교육감. 이후 2017년 국립 한경대학교 총장을 맡으면서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그는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최적의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불철 주야 노력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최근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임 교육감은 교권의 보호와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한 여건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교사들이 오로지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 됐다. 학부모의 일반적 민원은 AI가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교육활동이 연계된 경우 도교육청 즉 기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중이다.
임 교육감의 이같은 정책은 교육부는 물론 전국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일명 '금쪽이'나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타인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분리교육을 시키기로 한 결정은 많은 학부모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권리에 따른 책임' 교육이다.
취임 당시 '임태희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겠다. 나의 색깔을 내기 위해 교육을 희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의 오랜 경험에서 배어나오는 역량은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접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삶의 그릇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이다.
인류사회 발전 과정에서 여러 국가 중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이 월등하게 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교육이다. 교육이 축척되고 발전이 이어지고 역사가, 국가가 발전된다.
교육이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하게 살아가는, 자기 가지고 있는 기본적 심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행복하게 사는 일종의 방법이고 그릇 만들기다. 여러 역량을 키워야 한다.
처음 교육감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왜 하는지 물었는데 워낙 그런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그 사람들도) 지금은 더 잘한 것 같다고 한다.
교육청에 여기 와보니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교육가족들 역시 자율역량이 충분하다. 학교도 그렇다.
다만 현장에서 선생님들 보면 5~6시간 수업하면 진짜 어렵다. 다들 지친다. 아이들 보고, 애정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불의의 일을 당하면 공감하게 된다."
'금쪽이'의 문제를 학습권 보장의 문제로 접근했다. 대부분이 동의하지만, 아이들의 인성교육적 측면에서는 좋은 해법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학교는 작은 사회다. 학교에는 학생 개인의 행동, 또래와의 관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선생님과 학부모의 관계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정확한 문제가 보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학생에게 전해 듣는 말만으로는 현재 학교의 모습을 담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학교를 공개했다. 학교 안의 모든 구성원은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함’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금쪽이’는 ‘금이야 옥이야’ 키운다는 뜻이 아닌 환경, 경제 상황, 사회적 지위, 성별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귀하기에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교육이 필요하다. 해야 할 것, 하지 말 것, 한계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 원칙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원칙이 있는 교육은 학교에서만이 아닌 가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금쪽이 프로그램에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이상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직접 아이의 생활 모습을 보고 나면 받아들이게 된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학부모와 협력해 가정에서 인성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얼마 전 103세 되신 김형석 교수님을 뵈었다. 그분 말씀이 과거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상사와 직원 관계가 수직적이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 바뀌어야 한다고 하셨다. 부모는 자녀가 어떻게 더 성장하게 도와줄까 고민해야 하고, 선생님은 학생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랑이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사랑이 있어야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고 하셨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인성교육,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 관련 입법 처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감님도 다각도로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신속한 교권 문제 해결의 입법화를 위해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를 제안했고 지난 17일 국회에서 4자 협의회가 열렸다. 협의회 참석한 국회 여당, 야당, 교육부, 시도교육청 모두 교권 침해 사안을 무겁게 느끼고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호 마련과 법 개정의 조속한 처리에 공감했다.
그 자리에서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현재 교육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등 입법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 기초가 마련되면 교육부 고시도 개정될 것이다.
4자 협의체는 광화문에 나간 교사들의 목소리에 대한 답이고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은 근본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법률 개정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출발점이다. 법률적 기초가 세워지면 속도가 빨라져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도 교권 보호를 위해 그동안 준비하고 제도화 한 것을 속도감 있게 마련하겠다. 교사가 정당한 교육 활동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코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 교권 침해 사건은 선생님 한 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교육적 책무를 실천하고 계신 모든 선생님의 문제이다.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대부분 시범에 들어갔고 도의회 협조가 필요한 조례 개정과 예산 조치 등은 하반기 내 절차를 마치도록 준비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 피해 교원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구성한다. 지역 변호사 인력풀을 구성해서 사안 초기부터 종료 시까지 전담 변호사를 지원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기 교권보호지원센터 대표번호를 통한 온오프라인 핫라인을 구축하고 교원 대상 행정, 법률 심리 상담을 원스톱 지원한다.
교육감으로서 실질적으로 여러 가지 교육 현장의 문제들을 함께 고쳐 나가겠다. 현장의 문제에 대해 문화적인 것은 문화적으로 설득과 공감을 확산시켜서 개선하겠다."
교권 침해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안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교육감께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보시는가.
"현재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와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관한 의견 차이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교권 침해 사안은 화해중재단을 통해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처리해야한다. 화해중재단에서 결정을 내려 권고하면 교육적으로 해결된다. 그것을 거부하고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삭제해 주면 안된다.
학부모는 영원히 교육적 해결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법원에서 법률적으로 대응하고 법원에서 무죄로 빠져나가게 된다. 법원에서 무죄라고 하는 것은 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거다. 그 부분을 무죄라고 인정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으면 법을 이용할 수 있는 법의 강자가 정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안된다. 적어도 화해중재단이 교육적 해결을 제안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 그것을 거부하고 지나가면 무조건 학생부 기재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놓고 진보측에서는 교원 활동 보호와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필요하다. 학생 인권을 존중한다고 교권이 추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학교 현장이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조차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원인을 학생인권조례가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학생의 자유와 권리만큼 한계와 책임도 명확하게 해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과정이다.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이 학생의 인권을 과거로 되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갖는 의미를 존중함에도 올해 초부터 학생인권조례의 전면 개정을 준비해왔다. 공동체에서 다른 학생에 대한 침해를 생각하기보다 개인의 인권 보호를 중요하게 여겼다. 교사도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 개개인도 중요하지만 모든 학생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개정의 주안점이다.
이런 방향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변경한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개인은 자유롭지만 다른 사람 자유를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이 필요하다. 교사도 권한을 가지고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모든 학생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학생 인권 조례와 함께 교권 조례도 전면 개정해 학생 권리의 한계와 책임, 학부모의 책무성을 부여하고 학생 존중과 교원 존경의 문화를 조성하겠다."
유보통합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관련 사무를 경기도교육청으로 이관한다. 이에 대한 교육 현장의 우려가 많다. 인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일텐데, 문제 없겠는가.
"어린 시절부터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주며, 출발선상에서 교육과 돌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받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좋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유보통합에 접근해야 한다.
9월부터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세부 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유보통합준비팀을 신설했다. 조직과 제도를 정비하고 추진단 구축, 정책 연구 등을 통해 경기도가 유보통합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
유보통합 기본방향은 보건복지부의 시·도청, 시·군·구청의 영유아보육 업무(정원, 예산)가 교육부,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것이다. 이관범위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영유아보육’ 업무이다.교육부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순차이관할 계획이다. 인력 확보에 앞서 정확한 조직 업무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청과 함께 추진단을 구성·운영해 지방 단위 업무 이관 준비를 한다. 경기도청과 함께하는 추진단에서 어린이집 현황, 정책분석, 보육업무 분석 등을 통해 이관 대상 업무, 수행 인력 규모 등을 확정할 것이다.
추진단 구성은 도교육청의 정책, 조직, 예산, 인사, 유아교육 담당과 경기도청의 보육정책과가 함께 참여한다. 참여 부서와 인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경기도청과 협의회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좋은 유보통합 방안이 경기도에서 마련되고 국가 정책으로 완성도 높게 반영되면 우리가 추구하는 유보통합 큰 방향을 그릴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홍보 문구 중 하나가 '탄탄한 인성 더 나은 미래'라고 할 만큼, 취임 후 인성교육을 줄곧 강조해 오셨다. 만약 인성교육과 학습 교육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느 쪽에 우선 순위를 두겠는가.
"경기교육은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를 키우고자 한다.
인성교육은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며 자신의 행동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배우는 것이다. 기초 역량은 기초 학력, 소통 역량, 기초 체력을 말한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기초 역량과 기본 인성을 키우는 것이 경기교육의 책무성이다.
경기교육의 기본은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이 기본 인성이다.
기본 인성은 유치원, 초등학교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사회의 변화, 가정의 역할 변화에 따라 중요한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또 학교와 가정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에 성장단계별 인성교육과 학부모교육을 확대해 가정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체육활동을 확대 운영하며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등굣길 아침운동, 학교스포츠클럽, 아빠와 함께하는 체육활동 등을 통해 존중, 배려, 협동, 인내 등 인성교육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에듀테크를 활용해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9월부터 AI 기반 교수·학습플랫폼을 구축해 맞춤형 개별학습이 이루어진다. 지역교육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학교 밖 공유학교에서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공유해 지역 특색에 맞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천한다.
에듀테크와 지역교육협력 플랫폼 구축으로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명 한 명 맞춤형 교육으로 인성과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키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