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케이팝 축제가 잇따라 해외에서 개최된다. 정작 한국 팬들이 케이팝을 즐길 무대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최 측은 ‘케이팝의 글로벌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중은 ‘돈’만 쫓은 행태라고 꼬집는다. 실제로 해외에서 비싼 티켓 가격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뜨거운 이슈는 KBS다. KBS는 매년 12월 한국에서 진행하던 ‘가요대축제’를 올해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진행한다고 밝혔고, 공영방송의 연말 행사를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KBS 측은 “기존의 ‘KBS 가요대축제’를 ‘글로벌 페스티벌’로 확대해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파급력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국내 팬들을 위한 더욱 풍성한 케이팝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KBS는 구색을 맞춰 ‘가요대축제’가 아닌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고 12월9일 일본 사이마타현에 있는 베루나 돔에서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뮤직뱅크’를 해외에서 개최해 온 적은 있지만 연말 축제는 처음이다. 이 행사에는 뉴진스를 비롯해 르세라핌, 엔믹스, 케플러, 니쥬, 엔하이픈, 스테이씨, 있지, 에이티즈, 스트레이키즈, 더보이즈, 강다니엘, 샤이니 등이 참여한다.
문제는 티켓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날 공연의 좌석은 전석 2만2000엔(한화 약 20만원)으로 책정됐다. 아레나 앞 좌석의 특전이 주어지는 VIP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1만8000엔(한화 약 16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즉 VIP 좌석에 앉기 위해선 4만엔(한화 약 36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최근 도쿄돔에서 열린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가격이 1~2만엔으로 책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배에 달한다.
KBS에 이어 SBS도 일본에서 ‘인기가요’ 공연을 예고했다. ‘인기가요’의 해외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0월 3일과 4일 이틀간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니쥬, 오마이걸, 에이티즈, 템페스트, 제로베이스원, NCT드림, 샤이니 키, (여자)아이들, 케플러, 더뉴식스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티켓가격은 1만7000엔(한화 약 16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밖에도 CJ ENM은 엠넷의 음악 시상식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에서 연다. 그간 ‘마마’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 주로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어 왔다. 이번 시상식은 도쿄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티켓값은 아직 공식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개최됐을 당시 지정석 2일권의 티켓이 4만엔(약 36만원)에 판매된 바 있어 이와 비슷한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케이팝 축제의 해외 개최를 ‘글로벌 팬덤을 위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대중들까지 수익적인 측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송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무료 입장인 공연도 해외로 나가면 유료로 측정하고, 티켓값도 수십배 이상 되는 가격에 책정된다. 그래도 티켓이 순식간에 팔려나가기 때문”이라며 “그 중에서도 일본은 케이팝 팬들이 많을뿐더러 티켓값도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 한국의 가요 축제가 잇따라 일본으로 향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납득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티켓값을 뻥튀기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KBS의 ‘2023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을 두고는 일본 현지 팬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팝 축제의 해외 개최가 케이팝 문화의 우수성과 파급력을 알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단순히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행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을 포기할 수 없지만, 자신들이 내세운 ‘본질’을 흐리면서까지 수익만을 쫓는 행태가 과연 올바른 일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