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 미술‧전시, 전통문화 박람회, 기후 행동 콘텐츠 분야서 활약
사회적 기업의 의미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내년 사회적 경제 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 여기에는 사회적 기업 관련 예산도 포함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그리고 지역 사회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사회적 기업 사업이 의미 있는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 냈지만, 동시에 정책이나 관리 감독의 불완전성으로 쓸데없는 지출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정치적’ 계산까지 들어가니 복잡해졌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기업이 필요한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사회적 기업들은 꾸준히 사회의 한 축으로 의미를 남겼고, 남기고 있다. 20대에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국내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도 있고,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만들어 낸 이들도 있다.
고두환(공감만세), 정지연(에이컴퍼니), 김민지(마인드 디자인) 대표는 사회적 기업 초창기 멤버로서 이미 각각의 영역에서 자리잡 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대일(오마이어스) 대표는 소셜벤처로서 환경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어떤 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이끌었고, 이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기업의 현 위치와 정체성은 무엇일까.
- 사회적 기업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사회적’이란 말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미지가 ‘봉사’가 담겨있고, ‘막대한 이익을 취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공익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네 분이 하는 일에서 이런 이미지가 많이 깨졌습니다. 미술‧전시 (정지연 대표), 불교박람회 (김민지 대표), 기후 변화 콘텐츠 (김대일 대표), 공정여행 (고두환 대표)의 일이 어느 면에서 ‘사회적’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정 대표님의 경우 10년 넘게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김 대표님은 불교 대형 박람회를 열어 서울시장이나 조계종 총무원장도 참석하는데, 이를 사회적 기업으로 연결 시킬 수 있냐는 인식도 있으니까요.
정지연 : ‘너희가 왜 사회적 기업이야’라는 말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저희가 진행하는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파는데 ‘갤러리도, 다른 아트페어도 다 작품을 파는데 왜 너희가 사회적 기업이야’라고 말해요. 어떤 갤러리 대표님은 자신들도 사회적 기업이라고 주장하면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냐고 문의도 하셨어요.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미션을 만들어 계속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르나 업종은 상관없어요. 미대생들이 미대에 들어가기 위해, 또 졸업하기 위해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그런데 졸업 후 사회에 쓸모가 없고 수익이 안된다고 다 그만둔다면, 이게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예술가가 가난하게 살고 있고,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해결될까, 그래서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해 보고자 했어요. 작품을 팔면 좋고, 자신의 손재주나 예술가적 재능으로 다른 일을 하면 좋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트페어를 열고 미술 시장에서 잘 팔리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위해 10개월 무이자 할부도 시도하고 계약서나 거래 과정을 투명하게 했어요. 당시에는 신선했죠. 그러다 보니 처음으로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저희는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사는 분들에게 ‘이게 당신의 첫 구매입니까’라고 물어보거든요. 그때 25% 정도가 매년 ‘첫 작품 구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것을 팔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첫 구매자를 양산하는 게 사회적 기업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 다음에 예술가들의 일자리를 생각하는 거죠.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매년 팔지만, 그것으로는 1년 내내 먹고 살수가 없어요. 그래서 서울시에 제안해서 예술가랑 소상공인을 매칭해서 일자리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그 다음에 기업이나 단체에 ‘예술가랑 너희가 뭘 해봐라’라는 제안도 많이 했죠. 그래서 신진 예술가가 다방면으로 수익을 창출해서 작업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해 나가게끔 합니다. 저희랑 1회 아트페어 때 시작한 작가들이 10년이 될 때까지 계속 성장했고, 그 성장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것이 이번 인사이트 작가전이에요. 저희가 다 바꿀 순 없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의 기여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우리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항상 자신 있게 이야기 합니다.
(브리즈 아트페어에서 어린 딸에게 선물할 작품을 사면서 그 딸과 작가가 같이 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구매자도 있었고, 어릴 적 모아놓은 용돈으로 작품을 산 구매자가 어른이 되어 다시 브리즈 아트페어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김민지 : 저도 똑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죠. 에이컴퍼니의 경우에는 예술인들의 경제적 자립,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저는 더 애매하게 ‘전통문화를 살리자’ 뭐 이런 느낌이었으니까요. ‘전통문화가 왜 사회적 가치가 있어?’ 이렇게 물어보면 그 부분부터 막히는 게 많았죠. 그래서 저희가 설득을 위해 정리한 건 그거예요. 전통문화 업계 90% 가까이가 영세하죠. 그래서 저희는 박람회나 문화 행사 등을 통해서 사람들을 더 소개하고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소득을 만들어 내려 했죠. 그래야 전통문화를 이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요. 그런 것을 위해서 저희가 여러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 질문에 대해 또다른 대답을 한다면, 전 문화라는 건 자아랑 연결이 많이 되어 있다고 봐요. 그래서 문화 안에서 우리가 성장하고, 다시 그 성장이 문화를 만들고요. 저희 회사가 ‘건강한 나다움’(자아)과 ‘지속가능한 우리다움’(문화)이 같이 공존하고 있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충분히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정 대표님 말처럼 사회적 기업과 아닌 기업들의 차이는 미션에 정말 충실한 사업을 계속 하고 있는지 여부예요.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더라도 그 미션을 향해서 그 기업가가 가고자 하는 방향, 방법, 논리가 있냐 없냐의 차이인 거죠.
- 미술계 불안전한 수입으로 일을 그만두는 미술학도를 사회에 기여하게 하고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것, 영세한 전통문화 업계를 살리고, 이런 문화를 통해 자아가 성장하는 것이네요. 이에 비해 오마이어스는 환경이란 단어 때문에 NGO란 이미지도 같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대일 : 사용 안할 순 없지만 전 환경이란 단어를 최대한 자제하고, 정확하게는 기후 변화, 기후 위기를 말하는 거죠. 특히 제일 많이 얘기하는 건 기후 행동입니다. 저는 기후 행동 콘텐츠를 통해서 우리가 왜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싶어요. 얼마 전에 기후 행동의 날이었는데, 그런 날이면 광화문 광장에서 수천, 수만 명이 모여서 행진을 해요. 효과가 있긴 하지만, 너무 무겁고 레디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개입니다. 그런데 전 이를 문화 콘텐츠라는 걸 통해서 다정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우리가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죠. 중국에 사업차 거주하면서 너무 공기가 좋지 않아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때 중국 미대에 다니며 환경 문제로 공존이란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한국 유학생 작가가 있었죠. 제가 그 작가를 후원하고 같이 작품의 세계관을 발전시키면서 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봤죠. 그 정성준 작가의 그림을 프랑스 루이비통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두 점 사면서 인지도가 올라갔죠. 이 작가가 성장한 것을 보고 주변을 보니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많은 작가가 설 무대도 없고 돈을 버는 것은 더욱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충무로에 갤러리어스를 만들어 환경 작가들의 등용문이 되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 작가들이 환경 음악회 등을 개최하거나 기후 변화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 때문에 어스돔을 운영하고요. 반드시 신진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요. 기후 변화 쪽으로 더 많은 목소리를 내려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모여서 집단 지성의 힘으로 메시지를 내면 주목 받을 수 있다고 봐요. ‘일회용 대체제인 테이프를 생산하고, 기후 환경 메시지를 내는 아티스트를 지원해서 하려는 게 뭐냐’라고 묻는다면, 결국은 우리가 기후 행동에 나서서 개인 탄소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말하죠. 소셜벤처 개념에서 접근하는 사회적 가치죠.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든 소셜벤처든 유니콘 기업으로 탄생하는 기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보여주고 싶어서, 과거 스타트업 지원하고 투자하는 일에서 플레이어로 등장해 오마이어스를 만든 겁니다. 여기서 콘텐츠 IP를 만들고, 세계관이 확산되고 콘텐츠 대기업이나 다양한 분들이 관심 가져주고 있죠. 제가 오마이어스 만들 때 김문정 음악감독과 뮤지컬을 제작하게 될 것이라 생각도 전혀 못했죠. 향후 1년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네요.
- 흔히 사회적 기업이라면 어느 공간에 저소득층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만들고 생산한다는 이미지가 과거 강했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수정됐고, 또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면이 있긴 하지만, 모두 무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더 강합니다.
정지연 : 제가 경영 컨설팅 회사를 다닐 때 멕시코의 한 회사가 있었어요. 미국 하버드로 유학갔던 청년 셋이 모국으로 돌아와 차린 회사인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이 문맹률이 높은 멕시코 시골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 안에서 ‘여름이 다가오니 예방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정책이 뭐가 바뀌었으니 이렇게 합시다’ 등의 약간의 정책 홍보 영상을 넣어요. 그리고 코카콜라 같은 것을 무료로 나눠줘요. 그 회사는 대기업에게 홍보비를 받고 일을 하고, 정부는 정책 홍보를 하고 기업은 신제품 판매도 하고, 주민들은 모인 김에 영화도 보고 정책 얘기도 하고 콜라도 마시고요. 이해관계자가 다 손해 보는 일이 없죠. 큰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적정 이익을 추구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다 좋은 사업 모델을 만드는 걸로 이 회사 대상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했죠. 그때 나온 단어가 ‘소셜 앙트러프러너십’이에요. 그때 ‘사회적 기업이라는 게 이렇게 멋있는 거구나’ 생각을 했어요. 창업을 고민할 때 이 사회적 기업이란 말이 처음 시작됐고, 제가 생각했던 내용과 맞아떨어졌죠. 누군가에게 빵을 주지 않고 빵을 굽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그런데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니까 주변에서 장애인 도와주고 그런 얘기를 계속 해서 전 의아했죠. 당시 사회적 기업이 노동부 산하여서 일자리 중심으로 흘러갔긴 했지만 그렇게 인식이 계속 되는 것이 안타까웠죠.
고두환: 여행을 통해 모두가 설레고, 유익한 것들을 경험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은 나아지고, 보다 더 윤택하게 만드는게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한게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법과 제도, 예산으로 하지 못한 사회적 난제를 일반 시민의 기부와 지자체의 약진을 통해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향세를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지자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경제 대국 일본이 부담되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고향세를 통해 해결하는 구조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같은 역동적인 사회에 절대 다수의 시민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본인의 사회적 욕구를 달성하는 좋은 기제가 될거란 판단을 했습니다. 결국, 해당 사회적 기업이 목적하는 사회적가치를 통해 사회를 보다 더 이롭게 만드는게 주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우리나라는 보통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를 정부 지원 내지 대기업 지원 인큐베이팅으로 생겨나지 않나요.
고두환 : 2000년대 들어서 가계와 정부는 사회적이라 인식했는데, 기업만 유독 제외됐어요. 그래서 많은 국가가 기업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법제화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일본에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등록제로 운용했는데, 우리는 인증을 한다고 한 거예요. 그러면서 취약 계층 이야기가 나온거죠. (정부 지원을) 제가 봤을 때는 정부가 해야하는 일을 저비용으로 사회적 기업들이 대신 한 셈이 된거죠. 초기에는 취약 계층을 고용하면 지원하는 4대보험료 인원수 제한이 없었어요. 예컨대 병원도 수십 명의 4대보험료를 줬죠. 초기에는 그렇게 지원해 주는 비용이 더 저렴했던 거잖아요. 사실 정부가 사회적 기업보다 일반 기업에 지원해 주는 게 더 많거든요. 심지어 대기업은 부도날 것 같으면 국가에서 지원해 주잖아요. 게다가 초기에는 사회적 기업의 유형이 작았어요. ‘취약 계층을 고용했다’, ‘사회 공헌을 했다’ 이랬는데, 지금은 지역 사회나 글로벌 공헌까지 해요. 취약 계층도 그 사이 종류도 많아졌고요.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예산을 대부분 없앤다고 하니, 앞으로 지원받아서 사회적 기업 하는 건 힘들어질 것 같긴 해요. 결론적으론, 사회적 기업은 정부가 할 수 없거나, 하기 애매한 공익적인 일을 효과적으로 해냈던 총아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게 보면 이제 사회적 기업이란 말보다는 다른 용어를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까 소셜벤처도 얘기하셨지만, 기존의 사회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인식을 변화시키고, 지원하는 형태 역시 변화하려면 말이죠.
고두환 : 원래 정확한 정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집단이죠. 미국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유니콘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훨씬 돈도 많이 벌고 상장도 많이 했어요. 예를 들어 우버도 자기들이 봤을 때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고 봤어요. 넓게 보면 애플도 사회적 기업이에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제품을 안에 끼워 파는데, 앱 스토어는 오픈시키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는 거죠. 미술도 그렇고, 작가를 지원하는 것도 그런 측면으로 볼 수 있는거죠.
-한국에서는 그렇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커갈 수 없다는 건가요.
고두환 : 그게 법이 묶어놔서 그래요.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3분의 2이상의 이익을 사회에 기부해야 하고 개방 이사회를 공유해야 하며, 내가 이것을 해산시킬 때 남은 자산도 사회에 내놔야 하거든요. 사회적 기업만큼 지원받는 수많은 제도가 있는데, 사회적기업에게 드리운 책임은 매우크죠. 그러니까 이 법인에 투자하거나 자금이 조달되거나 이 사업을 육성해 키울 생각은 없죠. 그런데 이 사업에 엄청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게끔 법 구조가 짜여 있어요.
-그렇다면 한국 사회적 기업이 절대 유니콘이 될 수 없다는 건가요.
고두환 : 유니콘이 나온 것도 몇 개 있긴 한데 대부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뗄 수밖에 없는거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운용할 수 없는 제도가 나왔는데, 정부 지원이 조금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이런 상태가 된 거죠. 그렇다고 다른 법인보다 지원이 큰 것도 아닌데, 이상한 방식으로 계속 표적이 되는 경향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 기회에 돈을 얼마를 지원해 주고 말고가 아니라, 제도 자체를 근원적으로 다시 봐야 해요. 예를 들어 지원 안 해주면 (제재를) 화끈하게 풀든지, 아니면 지원해 주면서 그간의 이 사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던 것을 인정해 주면서 뭘 하든지요. 왜냐하면 아주 열악한 지역을 살펴보면 이 사회적 기업 하나 무너지면 그곳의 공공 서비스가 무너지는 지역도 나오거든요. 서울 중심으로 보면 안돼요.
김대일 : 사회적 기업은 성장하기 힘들어요. 누가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하겠어요. 그런데 억지로 사회적 기업 투자 펀드를 만드는 거죠. 그것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사실 그냥 갖다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는 클거야’라고 생각해 투자하는 게 아니라 나라에서 어찌어찌 매칭을 해가지고 펀드를 운영하니까 참여하는 거죠. 사회적 기업이 인증을 받음으로써 지원금 좀 주면서 법으로 묶어서 규제가 더 많아지는 거죠. 투자 시장에 있는 분들이나 스타트업 시장에 있는 분들도 사회적 기업의 한계성에 답답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 하지만 사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한계가 없잖아요. 전시회나 박람회를 열고 뮤지컬을 만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데, 여기에 비용이 걸리는 건가요.
고두환 : 예를 들어 전통문화를 다뤄야 하는데, 지역에 있는 소상공인을 주제로 누가 창업을 해요. 그러면 전통문화를 없앴을 수 없으니,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국가 입장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기업이 창업하고 여기에 조금 지원해 주는 게 훨씬 나은 거예요. 실제 사회적 기업이 하는 영역을 보면 공공의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사회적 기업이 빠지게 되었을 때 장기적으로 국가가 예산을 더 쓰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죠.
-정지연 대표님은 회사 시작할 때 SK 인큐베이팅을 통해서 하지 않으셨나요?
정지연 : 저는 원래 2010년에 사회적 기업 이런 것은 모르고, 창업을 하고 싶어서 서울시 청년 창업 프로젝트를 지원해 시작했어요. 그 이후에 계속 몇 달 간격으로 창업 대회들이 열리는데, 그것들이 보여서 지원하다 보니 상을 받은 것은 SK 대회였어요. 그런데 보도력이 제일 좋다 보니까, 거의 최초로 지원한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아니죠. 그래도 SK에서 지원해 줘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도 가게 되고, 여러 지원을 받긴 받았죠.
- 현재 사회적 기업이라고 확정된 리스트를 보니 3600개 기업 가까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사회적 기업이 많아지는 것이 과연 좋은 현상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해요.
고두환 : 법제 자체를 다시 정비할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이제는 문화재청이나 산림청도 사회적 기업 지정을 해요. 그런데 이걸 왜 하겠어요. 사실 일반 사업체와 똑같은데, 시장에서 잘 하지 않는 아이템 혹은 미션을 하거나, 아니면 규제 트랩 때문에 기업이 더 확장하고 성장하는 것 자체가 안되는 영역일 거예요. 산림청에서는 나무 심는 기업도 있었으면 좋고 람사르 지키는 기업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업적으로 하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활용한 측면도 있다고 봐요. 기존의 문법으로 사업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기업들이 인증을 받는 경향이 있죠.
-정 대표님, 작가들도 이런 부분을 인식하나요? 사회적 기업이랑 일을 한다는 것을요.
정지연 : 저는 소비자나 작가에게 그것을 내세우진 않아요. 저희가 설계한 사회적 기업 미션을 달성해 그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회적 기업을 내세우지 않아도 그 사람들에게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설계하지만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아요. 하지만 작가들에게는 (사회적 기업의 미션) 프로젝트를 가끔 해요. 작가들과 소상공인이 만나게 하는데, 예술인들이 소상공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예술가들도 사회적 기업으로서 저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게 하죠.
김민지 : 저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을 굳이 인식 안하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인증받은 것도, 지원 받은 것도 오래 됐고요. 입찰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면 언급하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얘기 안하죠.
김대일 : 저도 딱히 사회적 기업이라고 얘기하진 않아요. 그것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얘기하죠. 즉 ‘인증을 갖고 있냐’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려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느냐, 어떤 사업적인 워킹을 진정성 갖고 하느냐가 본질이라고 보죠. 그리고 지금과 같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논란이 있는 상황이면 더더욱 사회적 기업을 내세우거나 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죠.
김민지 : 저도 오히려 당장 그 타이틀을 뺏어간다 해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어요. 저희가 시작할 때인 사회적 기업 초창기 때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 것이고 사명감 강한 분들이 많았죠. 사회적 기업 진흥원도 그때 생겼는데, 그 당시 직원들이랑 사회적 기업 초창기 하신 분들은 의리감 같은 것이 있었죠. 진흥원 직원들이 자기 휴가 내고 와서 봉사 활동도 해주셨으니까요.
- 명칭은 프레임을 만드는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회적 기업이라는 명칭이 다른 프레임을 짤 수 있는 명칭으로 바뀌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고두환 :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사회적 기업이 2008년 법제화해서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흘러왔잖아요. 이 사회적 기업으로 학과가 생기고, 대학원 전공이 생기고, 연구가 되면서 축적돼 있어요. 법이 있고, 진흥원도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프레임을 바꾸고 명칭을 변경할 순 있어요. 하지만 자칫 잘못 시도하면 그간 했었던 것들이 쓸모없어질 수 있어요. 여기에 연속성도 사라져요. 지금처럼 ‘사회적 기업은 문제가 많으니까 예산 전체를 없애’라고 하면서 법도 없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 연차가 되면서 유니콘 비슷한 것도 등장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하고 성찰하며, 그 다음에 ‘2.0’ 이런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봐요. 과거 대기업도 제도 활성화를 위해 기금도 내놓고, 정부에서 법을 만들고 온 부처가 나서서 지정하고 했던 것은 그만큼 목적과 의미와 의의가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정지연 : 저도 공감해요. 지금 좀 혼란스럽다고 해서 새로운 무언가로 바꾸면 더 큰 혼란이 있을 것 같고요. 저는 SNS 프로필에도 ‘소셜 앙트러프러너십’이라고 써놨어요. 전시 기획자가 아니라 이렇게 써놓은 이유는 제가 창업을 할 때 하려는 했던 것은, 작품 파는 것으로 정해진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사회적 기업가로서 미션을 하려다 보니까 아트페어를 하는 거죠. 처음 창업할 때 하고자 했던 것을 안 잊어버리고 싶거든요.
김대일 : 예전에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굉장히 혁신적인 느낌이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안고 시작했죠. 그런데 지금은 조금 루즈해진 느낌이 있어요. 지원 정책도 그렇고, 그 안에서 창업하시는 분들이 대단한 반짝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죠.
- 오히려 방향을 조금 틀어도 괜찮을 법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네요. 의미를 좀 더 넓게 가지고 가도 되는 상황을요.
고두환 : 말씀하신 걸 시도를 안한 건 아닌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바뀌면 정책의 연속성이 없어요. 그리고 지난 정부 때 거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예를 들어 인증제를 등록제로 바꾸려 하는데, 앞서 인증 받은 기업들 중 일부는 받아들이지 못해요. ‘인국공 사태’ 비슷한 거죠. 기업들이 실제로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그 과정에서 합의가 어렵죠. 그런 가운데 ‘예산 아예 안 줘’ 같은 정부의 극약 처방이 나온 거예요. 그런데 연차가 된 기업들은 별 반응이 없어요. 사회적 기업이 3년 정도 지나면 지원제도가 대폭 축소되기에, 사회적기업이 아닌 다른 형태로 생존을 모색하게 되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 이제는 일정 정도 다음 트랙을 만들거나 지원해야 줘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고, 방치된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이 있었던 거죠.
김대일 : 남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화를 해야 한다고 봐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사회적 기업인지 아닌지가 아니고,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보여주고,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갖냐가 중요하죠.
정지연 :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 행동 콘텐츠가 많아지면 기후에 도움이 되잖아요. 그래서 그것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누구에게 상처 주거나 폭리를 취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정당하게 해서 정말 큰 기업이 되어, 그런 롤모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회적 기업들이 지원금만 받아간다’라는 얘기를 안 득고 싶어요. 저도 그런 방향으로 계속 나가려고 하고 쉽지 않은 길이고 느리지만, 그런 꿈을 당연히 계속 꾸고는 있죠.
이날 참석한 이들은..
김대일 : 소셜벤처 스타트업 오마이어스를 이끌고 있다. 동시에 친환경복합문화공간 갤러리어스와 어스돔을 운영 중이다.
고두환 : 공정관광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를 만들고 현재는 고향사랑기부제 종합포털 위기브를 운영 중이다.
김민지 : 문화예술 소셜벤처 마인드디자인 대표로 불교박람회를 기획, 운영하고, 웰니스 플랫폼 '마인드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정지연 : 시각예술기반 아트&라이프스타일 에이컴퍼니 대표로 신진예술가를 발굴하는 아트마켓인 브리즈아트페어를 만들어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