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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대화방 들락날락했지만 '소지죄' 무죄…판단 근거는? [디케의 눈물 132]


입력 2023.11.02 05:16 수정 2023.11.02 05:16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아동 성착취물 대화방 3개월 간 참여·접속…대법 "소지죄 처벌 못 해"

법조계 "대화방 접속만 했다면 소지로 보기 어려워…죄형법정주의 원칙 지켜야"

"소지죄, 자신의 지배 하에 성착취물 언제든 편집·저장 가능한 상태 유지한 경우에 성립"

"언제든 접근 가능한 상태였던 만큼 성착취물 '지배할 의도' 있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gettyimagesBank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해 있었던 것만으로는 '성착취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지배 하에 둔 것이 아닌 단순히 대화방 접속만 한 것은 소지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실상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상태였던 만큼 성착취물을 '지배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최근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2월~2022년 6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00여개가 저장돼 있는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게시하고 다른 사람이 개설한 텔레그램 채널 7개에 접속해 성착취물의 섬네일을 확인한 뒤 참여 상태를 유지했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각각 징역 6년,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성착취물이 게시된 7개 채널 및 대화방에 접속했지만 그곳에 게시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등에 전달하거나 저장매체에 다운로드 하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 않았다"며 단순히 참여한 것은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직접 성착취물을 다운로드 받은 것이 아니고 대화방 접속이나 링크에 접근했다는 것만으로는 소지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형사법규는 명확하게 해석을 해야 되며 확대 해석을 해선 안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런 점에서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전했다.


대법원 전경.ⓒ뉴시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보고 소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며 "다운로드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배 하에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성착취물을 지배할 의도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어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소지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인지하고 구입하거나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성립한다. 형법상 소지 개념이란 자신의 지배 하에 두는 것으로 타인의 방해 없이 저장하거나 언제든 복사하고 편집할 수 있는 형태로 두는 것을 말한다"며 "만약 파일을 다운로드 하지 않았어도 복사와 저장이 용이하다면 소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화방에 참여해 파일을 다운받았다면 그 파일을 지웠어도 소지죄로 처벌될 수 있고 만약 다운받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상태거나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 그쳤다면 이는 소지죄가 아닌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시청한 죄로 처벌 될 수 있다"며 "시청한 것도 처벌할 수 있도록 2020년 아청법이 개정된 까닭에 시청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어긋나 보일 수 있는 판결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법이 선제적으로 따라가기 힘든 부분은 있다"며 "다만 최근 몇 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법이 계속 개정되면서 처벌 공백이 많이 메워진 까닭에 성착취물 구입, 시청 등 행위 모두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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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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