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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값 급등에 가격 오르나...커피업계 “올린다면 디카페인 메뉴부터”


입력 2024.09.24 07:27 수정 2024.09.24 07:27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태풍, 가뭄 등으로 아라비카, 로부스타 가격 모두 상승

디카페인 수요 증가…소비자 반발 줄이고 수익성 확보 전략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4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에서 참가 업체 관계자가 원두를 포장하고 있다.ⓒ뉴시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업계가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핵심 원재료인 원두 가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지만 자칫 가격 인상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 가격은 동결하되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디카페인 메뉴와 서브 메뉴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을 상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고급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이달 런던, 뉴욕 등 주요 선물시장에서 10여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성비 커피와 커피믹스 등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작년 말과 비교해 80~90%가량 급등했다.


아라비카 원두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은 가뭄과 화재로, 로부스타 원두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은 태풍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 됐다.


선물 거래 가격이 도매와 소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달부터 인상분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은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다. 핵심 원재료인 원두 가격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업계 1위인 스타벅스가 지난달 가격을 인상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보통 업계 1위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뒤따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치솟는 외식물가에 대한 부담 또한 여전하다. 당장 배달앱을 통한 음식주문이 줄고 있고 커피시장에서는 커피 한잔 1000~2000원대인 가성비 커피로 소비가 몰리는 추세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존 일괄적인 가격 인상 보다는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명분은 찾으면서 실리를 찾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디카페인 메뉴와 서브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일반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메뉴는 아메리카노 메뉴다. 때문에 아메리카노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반발이 클 수 있다.


반면 디카페인 메뉴는 최근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수요층이 제한돼 있다 보니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난달 가격을 인상한 스타벅스의 경우 사이즈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했다.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 가격은 각각 300원, 600원 올린 반면 숏(237㎖) 사이즈는 300원 내렸다.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카페 아메리카노 톨(355㎖) 사이즈 가격은 4500원으로 동결했다.


기본 메뉴인 톨 사이즈는 그대로 유지한 반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대용량 사이즈 가격은 올린 셈이다.


지난 7월 말 가격을 인상한 빽다방은 커피 대신 아이스티 등 서브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달부터 가성비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이 같은 차등방식의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커피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디카페인 원두의 경우 일반 원두 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보니 소비자들도 디카페인 메뉴의 가격이 더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는 편”이라며 “최대한 인상을 자제하겠지만 가격 조정을 하게 된다면 디카페인 메뉴 먼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원두 가격인 10㎏ 기준 1만원에서 1만5000원 정도 올랐다”면서 “아직 메뉴 가격은 그대로지만 원두 가격이 더 오르면 가격 인상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카페인 커피 메뉴는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디카페인 원두 수입량은 4541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8% 증가했다. 수입액을 기준으로 하면 2021년 연간 수입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올 1월부터 7월까지 디카페인 음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지난 2017년 출시 이후 올해 5월 누적 판매량 1억잔을 돌파했다. 전체 음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달한다.


이디야커피에서는 지난 8월 한 달간 디카페인 커피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고, 컴포즈 커피는 지난해 8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출시한 이후 올 7월까지 1년 만에 누적 500만 잔을 돌파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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