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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원 17% CCTV 미설치…시 "모두 자치구서 직접 관리하는 공원들, 지원 강화"


입력 2023.11.03 05:09 수정 2023.11.03 05:09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도시공원법상 지자체장, 범죄우려 있는 공원에 CCTV 설치해야…구체적 지침은 없는 상태

CCTV 설치돼 있어도 사각지대는 존재…신림동 둘레길 사건 최윤종, CCTV 미설치 확인 후 범행 계획

시민들의 조속한 CCTV 설치 요구 쇄도에…서울시 512억원 자치구에 지원해 5515대 CCTV 설치 방침

시 "공원의 규모, 착공 시기 등에 따라 구공원에 CCTV 설치 되지 않아…시에서도 빠르게 대응 중"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서울 시내 공원 가운데 CCTV(폐쇄회로 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1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원은 시민들이 많이 찾는 여가·휴식공간이지만 최근 신림동 둘레길 사건에서도 보듯 CCTV가 없으면 방범의 사각 지대가 되기 쉽다. 시민들은 안전한 삶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CCTV 설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고, 전문가들은 공원이나 산책로에 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직·간접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원은 모두 자치구에서 직접 관리하는 공원들이라며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서울시내 공원 1763곳(소공원, 어린이공원 등 포함) 중 312곳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공원 중 17%가 넘는 곳이 범죄 사각지대인 셈이다.


도시공원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범죄나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공원내 주요지점에 CCTV와 비상벨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설치 간격이나 장소·기준 등 구체적인 지침은 규정돼있지 않다. 또한 설치 간격과 카메라 규격 등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유명무실한 규정이 돼 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령 공원 내 CCTV가 설치돼 있다고 그 개수가 부족해 사각지대가 존재하기도 한다. 지난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대낮에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도 공원 산책로에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이곳을 범행 장소로 선택했던 걸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CCTV가 없는 곳에서 범행하기로 4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서울 시내 공원의 모습.ⓒgettyimagesBank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성동구에 거주 중인 박모 씨(30·여)는 "최근에 신림동 성폭행 사건도 있었고 흉악범죄가 많아 혼자 산책하러 나갈 때 두렵다. 여자들은 흉악범죄에 더 취약하지 않나"라며 "CCTV가 없는 공원이나 골목은 아무래도 피하게 되는 것 같다. 혼자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공원이나 산책로에 CCTV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거주 중인 김모 씨(28·남)도 "내가 사는 곳 근처 공원에서 얼마 전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근처에 살고 있는 여자친구도 많이 불안해 한다"며 "아무래도 CCTV가 설치돼 있으면 밤길이라 하더라도 안심이 된다. 시에서 서둘러 CCTV를 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의 요구가 쇄도하자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특별조정교부금 512억 원을 자치구에 지원해 공원 및 등산로 등 1640곳에 CCTV 5515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후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야산 등산로를 찾아 근처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 공원 중 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시공원 26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치구에서 직접 관리하는 구공원이다. 어린이 공원, 소공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며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원은 모두 구공원에 해당한다. 공원의 규모, 착공 시기 등 이유에 따라 CCTV 설치가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신림동 공원 강간 살인 사건 발생 이후 시민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시에서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사건이 발생한 관악생태공원에 CCTV를 10개 이상 추가로 설치하는 등 빠르게 보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는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CCTV가 설치된 장소를 이용하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예방이라는 건 단순히 발생한 범죄 건수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 수준을 낮추는 것도 포함한다"며 "공원 내 CCTV 설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범죄예방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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