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관람가’ 세분화 논의
디테일한 정보 제공하는 해외 사례 주목
지난 2021년 공개돼 전 세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로 분류된 작품이었다. 456억원의 금액이 걸린 서바이벌에서 목숨을 건 게임을 펼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기본, 각종 잔혹한 방식으로 목숨을 잃는 장면들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당시 7살 아이까지도 극 중 성우 버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칠 만큼 무방비하게 노출이 됐었다. 물론 콘텐츠 전체 감상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오징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성인인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인증은 한 번만 마치면 일정 기간은 별다른 제재 없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키즈 전용 프로필과 프로필 잠금 기능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비밀번호 4자리만 알면 손쉽게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에 접근을 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보다는 장치가 더 마련이 됐지만, 결국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관리를 거치는 영화관이 아닌 이상, 실효성 문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영화 개봉 후 IPTV 또는 VOD 서비스나 OTT를 통해 콘텐츠를 공개하는 시간도 점차 짧아지면서 “등급을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이어지기도 한다. ‘실효성’ 문제는 콘텐츠 관람등급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숙제인데, 특히 콘텐츠 시청 환경이 급변하면서 더욱 풀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홍보, 교육 등에 힘을 쓰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초,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확대 중이며,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 또는 캠페인을 통해 급의 의미와 실천 방안 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결국 실천하는 주체의 의지가 필수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선택’을 돕기 위한 장치도 물론 필요하다. 기준을 더욱 세분화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달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15세 관람가’ 영화 등급을 보호자 동반 관람 가능과 불가 등급으로 나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었다.
현재 영화 등급은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 불가, 제한상영가 등 5개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12세와 15세 이상 관람가는 보호자가 동반하면 기준 연령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영화를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에 수위가 높은 장면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보호자를 동반하면 볼 수 있는 등급과 보호자를 동반해도 볼 수 없는 등급으로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해외의 사례도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의 등급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 중이며, 이것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등급 분류는 없다’는 한계의 대안이 되기도 한다. 등급 심의를 민간에 맡기고 있어 기준 자체에 대한 공신력은 크지 않지만, 대신 사이트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해당 장면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부모 또는 청소년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나아가 유튜브, 틱톡 등 SNS를 통해 재편집 돼 공유되는 콘텐츠의 확산을 막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앞서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임에도 전 연령이 ‘오징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데엔 다소 잔인한 장면까지 포함돼 재편집된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이 되며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