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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가뭄 이어질 것”…국내 드라마 제작 위축에 커지는 우려 [D:방송 뷰]


입력 2023.11.17 14:06 수정 2023.11.17 14:0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편성 못 받은 작품도 많아…제작 위축 상황, 희망 분위기 아니라 더 우려”

“배우들 출연료가 높아진 것이 제작비 상승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일부의 이야기다.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서 조·단역, 스태프들의 상황은 어려워졌다.”


지상파를 비롯해 대다수 방송사들이 드라마 편성을 축소하고 있다. 평일 드라마는 비정기적으로 방송되거나, 혹은 주 1회 드라마로 명맥만 겨우 잇고 있다. 금토, 또는 토일 등 주말로 작품들이 쏠리면서, ‘아라문의 검’, ‘7인의 탈출’ 등 기대작들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출혈 경쟁의 여파를 겪기도 한다.


K-콘텐츠 붐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넷플릭스

TV 앞에서 ‘본방 사수’를 하는 시청자들이 점차 줄어든 가운데, 이제는 ‘10%만 넘겨도 대박’이라는 평을 듣곤 한다. 더욱이 최근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일부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가 급상승하면서 제작비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방송 관계자들 또한 “드라마는 제작 할수록 손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무엇보다 각 방송사들의 ‘위기’ 호소가 터져 나오고 있는 만큼, 드라마 부활에 대한 가능성도 낮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 KBS 박민 신임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분리 징수로 과거 IMF나 금융 위기보다 더한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며 경영 정상화 단계까지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 임금 30%를 삭감하고, 나머지 간부, 직원들도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예퇴직 실시와 구조조정 검토도 함께 언급했다. 여기에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한 JTBC까지. 각 방송사들의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제작비 대비 성과를 내기가 힘든 드라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 또한 “양보다는 질로 승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구독자들을 위한 킬러 콘텐츠를 배출하기 위해 꾸준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치열해진 경쟁 속 지난해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 1213억원, 왓챠는 4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쏟아지는 여러 콘텐츠들과의 경쟁, 그리고 상승한 제작비는 각 방송사는 물론 국내 OTT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 중이며, 이에 전략적으로 콘텐츠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 이후, K-콘텐츠 열풍이 일면서 편성 확정을 받기 전 미리 제작부터 해 둔 드라마들까지.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방송사, OTT들이 작품의 숫자를 줄이면서 편성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작품들만 수십 편이 넘는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새 작품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 작년 한참 제작이 많이 이뤄질 때는 200편 가까이 진행이 됐다면 올해는 100편 이하로 줄었다.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적어도 2년, 3년은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 제작 위축 상황이 길어지게 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에 환경이 더욱 척박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 또한 “톱배우들의 출연료가 높아지면서 제작비가 부담이 되는 제작사들은 우선적으로 조연이나 단역들의 출연료부터 줄이려고 하는 경우들도 있다”면서 “요즘 조연 배우들에 대해선 작품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말도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드라마 제작 위축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언급한 관계자는 “주연 배우들이 아닌, 여러 작품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는 조연 배우들이나 생계가 달린 조, 단역 배우들에게는 체감 위기가 더욱 클 것이다”면서 “지난해 유독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인 것은 맞다. 다만 지금처럼 위기 분위기가 지속이 된다면, 일부 킬러 콘텐츠들만 살아남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규모가 크지 않은 제작사들은 힘들어진다. 다양성이나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라도 중, 소 제작사들을 향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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