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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질들 생생한 증언 “플라스틱 의자 침대서 자고, 쌀과 콩 먹으면서 버텨”


입력 2023.11.28 20:34 수정 2023.11.28 20:34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AP "인질 중 2명 생명 위독, 한 이스라엘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

지난 24일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루스 먼더(왼쪽)가 이스라엘군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AP홈페이지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이스라엘 측 인질들이 현지 언론에 생생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가자지구의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게 하고, 생쌀과 깡통에 든 콩을 먹이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을 보호했다.


인질들은 지난 7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으며 몇몇은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돼 이스라엘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자와 함께 풀려난 인질 루스 먼더(78)는 “처음에는 닭고기와 밥, 각종 통조림이 식사로 제공됐다”며 “아이들은 과자를 받기도 해 처음엔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안 좋아지자 생쌀과 콩, 피타 빵 등이 식사로 제공됐고 하마스는 이마저도 불규칙하게 배급했다”며 “질식할 것 같은 지하 공간에서 아이들은 매일 울었고, 어른들은 힘이 없어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질이었던 요체베드 립시츠(85)는 “하마스 대원들은 본인들이 신을 믿기 때문에 우리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우리에 대한 대우는 매우 열악했다”며 “오이, 치즈 등을 먹으면서 버텼고 방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완전한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우리는 축축한 지하 바닥을 피해 잠을 자야 했고, 플라스틱 의자를 침대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AP는 적어도 2명의 인질들이 생명이 위독할 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26일 풀려난 인질 알마 아브라함(84)은 억류 기간 중 지병이 악화돼 이스라엘 남부의 소로카 의료 센터에 입원해 있고, 신원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은 다른 인질 한 명도 상태가 위중해 중환자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을 태운 적십자 차량이 라파 국경 검문소를 지나 이집트로 향하고 있다. ⓒAP/뉴시스

인질들의 건강 진단을 진행한 이스라엘 의료진은 인질들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악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인질들과 매일 정신과 상담을 하고 있는 오르나 도탄 정신과 전문의는 “인질들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상황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마주했다”며 “상당히 많은 인질들이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P는 26일 석방된 12세 소녀 힐라 로템-쇼샤니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의 이모 야이르 로템은 “하마스 대원이 아이가 소리 낼 때마다 꾸중을 줬다”며 “힐라는 아직까지 타인에게 말을 잘하지 못하고 있고, 가끔 혼자 속삭이듯 중얼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온 가족과 의료진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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