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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 장난감 회사 CEO가 애플 아카데미 만나자…[남궁경의 난궁금해]


입력 2023.12.12 07:00 수정 2023.12.12 07:03        포항 = 남궁경 기자 (nkk0208@dailian.co.kr)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수료생 조호식 러너

"애플 프로그램 통해 게임 디자이너 꿈 꿔"

조호식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러너.ⓒ애플

조호식(38)씨는 약 15년간 장난감 유통 업종에서 근무한 업계 배테랑이다. 작년까지 작은 회사를 운영했다. 직원 7명 남짓한 회사에서 상품관리, 영업관리, 인사관리, 무역관리 등을 담당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인 2020년엔 장난감 수요 회복과 맞물리며 매출 지표도 좋았다.


장사가 잘되긴 했지만 고민이 없진 않았다.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데다 출산율 감소로 업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후에도 이 산업에 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시점이었다.


생업을 접어두고 개발자로 뛰어드는 건 쉽지 않았다.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선택을 도와준 건 바로 아내였다. "마흔 전에 하고 싶은걸 하라"는 아내의 말에 그는 애플 교육 프로그램 ‘디벨로퍼 아카데미’에 입학을 결정했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지난해 포항공대(포스텍)에 문을 연 애플의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코딩 기초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 마케팅 등 다양한 전문 분야 교육을 통해 애플 '자체 OS' 전문가를 키워낸다. 지난 1기에선 총 190여 명의 개발자와 7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배출했고, 올해 2기에선 198명의 개발자와 38개 앱을 만들었다.


지난 4일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2기 수료식에서 만난 조 씨는 "'작년에 회사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고민이 들 때 와이프가 '이제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맞벌인데 내가 더 많이 벌면 된다'라고 말해줬다"면서 "15년 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 마흔 되기 전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걸 해봐라고 밀어줬다"라고 말했다.


야심 찬 포부로 입학했지만 수료 과정은 순탄하진 않았다. 동료 러너들과 나이차이는 많게는 20살 이상 났고 '거절' 당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팀원들과 아이디어 회의 당시 준비한 것들이 거절당하자 많은 충격을 받았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선 아카데미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를 다독인 건 애플 아카데미 내 '닉네임' 문화였다. 그는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진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한 번도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저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 대화 장벽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아카데미 내 닉네임 문화가 그런 대화 장벽을 허물어줬고 정보 교환을 자유롭게 만들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6주 간 있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사회생활 15년과 맞먹을 정도로 값지다"며 "이 기간이 협업에 대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아카데미를 통해 앞으로 누구를 만나던지 간에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나와 평등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얻었다"라고 덧붙였다.


애플 아카데미 내 있는 멘토들도 큰 힘이 됐다. 이들은 러너들에게 직접적인 교육은 하지 않고 문제 해결이나 앱 기획 등은 모두 러너들에 맡긴다. 개발자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보단, 개발자 스스로 역량을 쌓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개발 과정은 하나도 모르던 조호식 러너도 이 과정을 통해 육아일기 '포 조이(For Joy)와 핵앤슬래시 캐주얼 액션 게임 '히어로 다양' 등을 개발한 개발자가 됐다.


조 러너는 "멘토들은 이 프로젝트 팀의 방향성이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말해준다"면서 "직접적으로 '이거 이거 하세요', '이거 해야 됩니다'라는 것보다 '고민거리'를 제공해 주고 프로젝트 팀이 스스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멘토링을 해줬다"라고 했다.


조호식 러너는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게임업계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프로젝트 1, 2, 3을 지나면서 게임 기획하는 것에 대해 많은 재미와 매력을 느꼈다"며 "장난감 업계에서의 경력, 아카데미에서 문제 도출과 솔루션을 찾았던 경험, 게임을 기획하며 사용자에게 어떠한 재미를 줄 것 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게임업계에서 디자이너(기획자)로서 커리어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내년부터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외에도 '애플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카데미 프로그램과 별개로 진행되는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은 약 4주 간 스위프트 언어 기반 앱 개발 기초 교육을 제공한다.


수강생들은 챌린지 기반 학습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거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한다. 이를 통해 협업 능력, 창의력, 개념적 및 전략적 사고력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이 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파운데이션 프로그램은 고등학생, 시니어, 이공계 출신 여성 등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전액 장학 제도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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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경 기자 (nkk020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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