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도 가입협상 개시 승인…조지아 회원국 후보지위 부여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가입협상 개시를 이끌어낸 반면 러시아와의 전쟁에 쓸 자금 추가 확보에는 실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EU는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만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의 가입협상 개시를 승인했다. 몰도바의 가입 협상 개시와 조지아에 대한 회원국 후보지위 부여도 승인됐다.
사전에 합의된 각본 대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날 우크라이나의 EU 회원국 가입 관련 표결 당시 회의장을 떠나며 사실상 기권함으로써 가입 협상 개시가 결정됐다.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의장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유럽 국민과 우리 대륙의 희망에 대한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니아의 승리, 유럽 모두의 승리”라며 “역사는 자유를 위한 싸움에 지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든다”고 환영했다.
EU의 이같은 행보는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지원 피로감’이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와의 강력한 연대감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직후 EU 가입을 신청했고 그해 6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우크라이나는 신청시점으로부터 22개월 만에 가입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EU에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헝가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해왔다. 친러시아적 입장을 견지하는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라며 가입을 극렬히 반대해 왔다.
그는 이날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회의장에 불참하는 형식으로 가입 협상을 양해하는 타협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앞서 중재에 나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9시간의 밀실 협상 끝에 이런 선택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 뒤 소셜미디어(SNS)에 “우크라이나와의 가입 협상은 나쁜 결정”이라며 “헝가리는 이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사법권 독립 미흡 등의 이유로 동결해 왔던 100억 2000유로(약 14조 2000억원)를 재교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는 등 헝가리 달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실제 가입하기 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최근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에서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소요됐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는 ‘절반의 승리’만 얻는데 그쳤다. 회원국 자격협상 개시 합의 불과 몇 시간 뒤에 헝가리가 50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원조에 반대하며 결렬시킨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아닌 만큼 EU의 대규모 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의 ‘나 홀로 반대’ 때문에 지원 추진은 어려워졌다.
전쟁의 장기화로 '돈줄'이 바닥난 우크라이나는 EU는 물론 미국에서도 추가지원 예산이 의회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이 610억 달러(약 78조원)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안에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이 포탄을 아껴가며 힘겹게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