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재산다툼 중인 고모에게 욕설담긴 메시지 반복 전송, 협박혐의 기소…1심 무죄 선고
법조계 "과격한 표현 담겼어도 행적 비난하는 정도라면…불안감·공포 유발했다 볼 수 없어"
"'언제 어디서 해치겠다' 등 구체적 해악 고지 있어야 협박 성립…현실적 공포 느낄 정도여야"
"욕설 반복해서 보내면 민사상 불법행위는 성립…위자료 청구 등 손해배상소송 제기 가능"
아버지와 재산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모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며 욕설 섞인 문자를 12차례 보낸 조카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언제 어디서 해치겠다' 등의 구체적인 해악 고지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욕설이 섞인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정도로는 유죄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형사처벌은 어렵지만 민사상 불법행위로 볼 수 있기에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 등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5단독 김효진 부장판사는 전날 협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7·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자신의 고모 B씨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12차례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수천만원 뜯어간 거 다들 안다', '천벌받을 거다', '안 그래도 힘든 우리 집 보면서 죄책감도 없었냐'는 등의 내용과 다수의 욕설 섞인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또다른 동생에게 일부 변제한 채무를 B씨가 가로챈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B씨는 '조카가 보낸 문자가 반복적이고 자신을 협박하는 내용'이라며 고소했고 관련 내용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연속적으로 보낸 문자 내용은 다소 과격하고 부적절한 표현이 담겨 있으나 주로 피해자에 대한 항의와 비난을 한 것"이라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 문자 발송 경위,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제출된 증거만으론 문자 내용이 피해자로 하여금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할 만한 내용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당신을 해치겠다'는 해악의 고지를 통해 피해자가 불안함을 느꼈다고 판단되면 성립하는 것이다"며 "가령, 몸무게 50kg도 안 돼는 왜소한 체격의 여성이 덩치가 큰 남성에게 '죽여버린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면 법원에선 해악의 고지는 있었다고 보지만 상대방이 현실적인 공포를 느꼈다고는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림)는 "상대방을 언제, 어디서 해치겠다는 등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면 협박죄가 성립했을 수 있지만 재판부에선 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그 정도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며 "나아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반복적으로 협박이나 공포 불안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보냈을 땐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성립할 수도 있지만 '혼나야 된다', '천벌받을 것이다' 정도의 내용을 보냈다면 이 역시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해도 욕설을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 만큼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 등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순히 발송된 문자메시지의 내용만을 기초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보내게 된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관계, 피고인이 메시지를 보내기 전후 피해자가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며 "문자에 일부 과격한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전체적인 취지는 그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의 행적을 비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므로 피해자로 하여금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욕설이나 비난을 하는 것 만으로는 문자내용이 사회통념상 피해자에 대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며 "법원에서는 전체적인 취지를 고려해 판단하는 만큼 욕설 유무가 결정적인 것은 아니며 나아가 단순 욕설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한다기 보다는 모욕에 가깝다고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