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에서 네 번째로 폐교…운동장은 동네 주차장으로 사용, 쓰레기 및 소음공해 불만 토로
교내에 '고성방가·흡연 금지' 현수막 걸려…주민들 "밤만 되면 학생들 몰려와, 관리인력 배치해야"
서울시와 광진구, 서울시교육청 구체적인 활용 합의 이뤄지지 않아…폐교 이후 1년 동안 방치
전문가 "폐교 논의 시점부터 활용 계획 면밀하게 마련해야…주민 평생교육 위한 복지공간 바람직"
저출산 등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전국에 문을 닫은 학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폐교한 서울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 부지는 서울시와 광진구, 서울시교육청이 구체적인 활용 계획에 합의하지 못해 폐교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동네 흉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주민들은 쓰레기 발생과 소음공해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폐교가 동네 흉물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지자체와 시 교육청 등이 폐교 논의 시점부터 면밀하게 활용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데일리안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화양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는 서울지하철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학교 주변엔 작은 빌라와 아파트, 식당, 술집, 부동산 등이 형성됐있다.
화양초는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지난해 2월 폐교했다. 서울시에서는 홍일초(2015년), 염강초(2020년), 공진중(2020년)에 이어 네 번째로 폐교한 학교다. 학교는 현재 화양동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 겸 운동시설로 활용되고 있었다.
활짝 열려있는 학교에 들어가자 텅 빈 관리인 사무실이 먼저 등장했다. 학교는 24시간 개방되지만 관리 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 사이에는 팬스가 설치돼 있었고, 건물에는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는 자동차가 주차돼 있었다. 몇몇 주민은 운동장 트랙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학교에는 '고성방가·음주·취사·흡연'을 금지하는 현수막도 여러개 걸려 있었다. 그러나 담배꽁초, 담뱃갑 등 각종 쓰레기가 곳곳에 벌어져 있었다. 테이프로 입구를 막아놓은 쓰레기통에도 쓰레기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가명.70대.남성)는 "요즘은 추워서 학교에 사람이 잘 없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만 되면 학생들이 몰려왔다"며 "한번씩 산책하다가 땅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곤 하는데 한두개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윤모씨(20대.남성)는 "이 근처에서 몇년째 자취하고 있다. 지나가다가 한번씩 보면 어려보이는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떠들고 있더라"라며 "나는 집과 거리가 있어 소음공해 피해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력을 배치해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화양초가 폐교 이후 1년이 동안 방치되고 있는 건 서울시와 광진구, 서울시교육청 간 구체적인 활용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 교육청은 화양초 부지에 평생학습시설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시에서는 청소년 숙박시설 설립을 요구했다. 또 광진구에서는 청년 복지시설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화양초 본관은 시 교육청이 주관해 문화예술평생학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건물인 증축동은 광진구청과 청년복지시설 사업을 하려고 협의했으나 지난해 11월부로 중단된 상황"이라며 "현재는 서울시와 증축동 사업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다. 이르면 1월 중으로 협의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본관동은 시 교육청에서 관리해 기록관 서고, 전교조 사무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화양초 전체가 방치됐다거나 시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 교육청과 지자체는 폐교를 논의하는 시점부터 학교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면밀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사용하거나 청소년 활동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를 폐교한다는 건 주변지역 인구가 줄었다는 뜻이다. 학교가 폐교되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방치되는 것"이라며 "폐교가 된 학교를 활용하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지방에 있는 학교를 전원생활 캠프로 운영해 도시 학생들이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 좋은 활용 사례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