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피고인, 늦은 밤 주점서 女업주 등 2명 상대 음란행위…법원 "공연성 인정 안 돼" 무죄
법조계 "불특정 다수 상대로 행위 이뤄졌을 때 성립…특정 소수만 봤다면 공연음란죄 아냐"
"거리서 음란행위 했어도…야밤 인적 드문 곳에서 숨어서 했다면 공연음란죄 인정 안 될 수도"
"손님 많이 오가는 시간대였다면 판단 달라졌을 것…불특정 다수 인식 가능성 있다면 성립"
주점에서 여성 주인과 그 지인을 향해 신체를 노출하고 음란한 행동을 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공연음란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폐쇄된 공간 내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된 소수만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의 경우 음란성은 인정되지만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은 만큼 무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해당 주점이 외부에서도 실내를 볼 수 있는 통유리 구조였거나 손님이 활발히 오가는 시간대에 행위가 이뤄졌다면 공연음란죄가 성립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원재 판사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12일 오후 11시께 경북지역 한 주점에서 여성 업주 B씨와 그의 지인 C씨가 가게 문을 닫기 위해 술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우며 나가라고 하자 이들에게 욕설하며 신체 일부를 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변호인은 신체 노출을 부인했고 노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공연음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가 당시 신체 일부를 노출한 점을 인정하며 이를 음란행위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가 B씨와 C씨만이 있는 상황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한 점, 해당 주점이 시골 동네에 있고 주점 문을 닫는 시점이어서 다른 손님이 찾아올 가능성이 별로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공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특정된 소수인들을 상대로 한 것일 뿐만 아니라 주점 내부라는 장소가 다른 사람이 들어와 볼 가능성이 있었던 장소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게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형법 제245조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다는 것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특정된 소수만이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판부는 공연음란죄를 따질 때 피고인이 음란행위를 한 장소나 구조, 동기, 경위 등을 판단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하는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는 두 명 외에 불특정 다수가 올 가능성이 낮은 점, 그 외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연한 행위를 한다는 고의가 없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해당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음란행위 자체는 인정이 되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의도적 음란행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며 "폐쇄된 공간에서 절친한 수인 사이에서 벌어진 행위는 물론이고 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했어도 숨어서 한 경우 또는 인적이 드문 한적한 오솔길 등에서 행한 경우도 공연음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다수인이 현존하거나 왕래하는 장소라면 극소수가 보거나 또는 현실적으로 통행인이 없었다 하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된다. 술집이나 연극 무대 뿐 아니라 실내라도 외부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통유리 등을 통해 개방된 곳이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공연음란 혐의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음란행위를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만 있으면 충분히 인정되고 현실적으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음란행위를 인식해야 하는 것까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음란행위를 불특정 다수인이 왕래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하였더라도 특정된 소수인 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공연성은 부정될 수 있다"며 "위 사건에서는 특정인에게만 신체 노출이 있었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인데 만약 이른 저녁에 손님이 활발하게 오가는 시간대에 벌어진 행위였다면 공연성이 인정됐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